佛중도좌파 내각 '마크롱이냐 아몽이냐' 선택기로

입력 2017-03-03 01:56
佛중도좌파 내각 '마크롱이냐 아몽이냐' 선택기로

집권당 후보 아몽 밀자니 "너무 왼쪽이라…" 고민

"마크롱은 괴짜에 자기애 빠져"…중도신예에 경계감 만연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각료들이 여당후보인 브누아 아몽(49)과 중도신당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39)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몰리고 있다.

중도좌파를 표방한 올랑드 행정부의 각료들로서는 기본소득 보장을 주요공약으로 내걸고 강경좌파로 분류되는 장뤼크 멜량숑까지 연정에 끌어들이려 한 아몽을 '너무 왼쪽으로 치우쳤다'며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일(현지시간) 르몽드에 따르면 현 정부에서 중책을 맡은 한 장관은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아몽을 좋아하지만, 너무 좌편향된 그의 정치성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평을 토로했다.

그는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내다 중도신당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마크롱에 대해선 "현 정부의 우파적 정책을 담은 괜찮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비이성적인 지지율 급등을 등에 업은 괴짜"라고 혹평했다.

현 내각에서는 이처럼 대선에서 누구를 밀어야 할지를 놓고 난감해 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마리솔 투렌 보건장관은 "(누구를 밀어야할지) 관망하는 형국"이라며 "자신있게 누구에게 투표해야할지 확신하는 장관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회당 후보인 아몽의 뚜렷한 좌파성향이 거론된다.

내각제 요소가 강한 프랑스 정치의 특성상 대선 레이스에서 장관들이 집권당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중도좌파 성향이 대부분인 현 정부 장관들은 '선명좌파'를 내세운 아몽 캠프와 거리를 두고 있다.

현 정부에서 교육장관을 지낸 아몽은 올랑드 대통령과 마크롱 당시 경제장관이 함께 밀어붙인 노동개혁에 반발해 사퇴한 이력이 있다.

'한솥밥'을 먹던 아몽이 자신의 신념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장관직을 박차고 나가 현 정부 총리를 지낸 사회당의 거물 마뉘엘 발스를 누르고 후보로 확정된 것 자체를 각료들은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올랑드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이브 르드리앙 국방장관, 미셸 사팽 경제장관, 스테판 르폴 농무장관 등은 대통령의 얼굴을 봐서 마지못해 지지하는 척이라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몽의 좌향좌 성향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 중 한 명은 아몽이 최근 녹색당 야니크 자도 대표와 연대를 하고, 공산당의 지지를 받는 강경좌파 장뤼크 멜랑숑과 연대를 모색한 것에 대해 "그가 너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다른 장관들 사이에서도 아몽이 포용의 리더십을 펼치지 못하고 자신의 핵심 지지층에만 기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은 "그가 더 개방적으로 가야 한다"면서 "의원들을 더 끌어들어야 하는데도 정파적 틀에만 갇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에 대해 아몽 캠프 쪽도 "됐으나 가봐라"는 입장이다.

아몽 캠프의 한 열성 지지자는 "좌파 유권자들은 현 정부 장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없다"면서 "정치노선에 대한 논의는 이미 경선에서 (아몽의 승리로) 끝난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아몽 역시 "정부 사람들의 맘에 들려고 노선을 수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현 정부 각료들이 마크롱을 지지하고 나서도 상관없다는 반응이다.



그렇다고 현 정부 각료들이 마크롱을 대안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아니다.

마크롱의 급작스러운 대선 출마로 인해 올랑드가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각료들은 그에 대한 지지를 주저하고 있다.

장 미셸 바일레 국토개발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마크롱은 좌도 우도 아니지만 나는 우파가 아닌 좌파다. 마크롱은 유달리 괴상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마크롱이 극단적인 자기만족에 빠져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좌우로 정치적 지향이 명백히 갈리는 프랑스 정치풍토에서 좌우를 초월하는 정치를 하겠다며 현 정부를 뛰쳐나간 마크롱에 대한 현 정부 고위직들의 불만을 극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각료는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함구하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마크롱의 지지 대열 합류를 타진하기도 한다.

이들이 마크롱을 대안으로 여기는 이유는 극우파인 마린 르펜이나 중도우파인 피용보다는, 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중도파 마크롱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스테판 르폴 농무장관은 "(아몽과 마크롱 중에) 누가 피용과 르펜이 결선에서 붙는 것을 막을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마크롱 지지 의사를 넌지시 밝힌 바 있다.

현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향후 3주가량이 대선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아몽이 도약해 마크롱을 따라잡을지, 아니면 자신만의 틀에 갇혀 승리의 모멘텀을 잃어버릴지는 곧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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