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유력주자 마크롱 "유러피언드림 다시 세우겠다"
외교·정치개혁 구상 발표…"유로존 통합 강화, 의원 친족정치 폐단 근절"
연대효과로 지지율 상승…1차투표 지지도 르펜과 격차 더 좁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유력 대선주자인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39)이 '국가 개조'와 '유러피언 드림'의 부활을 공언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류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집권하면 미국에 이슬람국가(IS) 격퇴 등을 위한 안보협력 강화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2일(현지시간) 파리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외교·안보와 정치개혁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공약들을 발표했다.
먼저 마크롱은 국가 개조와 유러피언 드림(European dream)의 부활을 내걸었다.
그는 "우리는 개혁을 넘어서 개조를 하려고 한다"면서 "자유와 약자보호의 이념들을 정책 프로그램에 한꺼번에 모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의 경제·사회정책은 그가 사회당 정부에서 경제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추진했던 노동 유연화 등 친(親) 기업성향의 정책들의 연장 선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감세와 노동 유연화 같은 전통적인 우파 정책의 필요성에 더해 공립학교에 대한 신규투자와 이민자 비율이 높은 빈곤지역에 대한 특별 대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마크롱은 앞서 지난달 24일 경제지 레제코와 인터뷰에서 법인세 인하와 공무원 감축, 직업훈련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공약의 윤곽을 밝힌 바 있다.
법인세를 현재의 33.3%에서 25%로 낮추고, 건강보험과 실업급여 등 사회복지 부문을 중심으로 정부지출을 향후 5년간 600억 유로를 감축하는 한편, 공공영역의 일자리 12만5천개도 줄인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아낀 예산을 현 10% 수준인 실업률을 낮추는 데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날 회견에서 경제 자유화와 노동 유연화 구상에 따른 노조의 반발과 사회불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는 "우리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다"면서 좌고우면하기보다는 처음부터 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평소 강력한 유럽연합(EU)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마크롱은 "유러피언 드림의 재건"을 거론하며 이날도 변함없이 하나의 유럽을 강조했다.
"우리의 프로젝트의 핵심에는 유럽이 있다"고 운을 뗀 그는 세계무대에서 혼자 힘만으로 경쟁하기에 프랑스는 너무 작다면서 유로존이 더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러피언 드림'은 미국의 사상사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유럽연합의 역사와 추진과정을 자세히 다룬 저서로, 유럽 통합의 긍정적인 역할과 전망을 부각할 때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다.
마크롱은 유럽연합의 강화를 위해 유로존에서 가장 경제가 탄탄한 독일을 상대로 다른 회원국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에도 동맹 강화와 보호무역주의 배격을 요구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생각의 차이는 있다면서도 양국 간 안보협력 증진을 원한다고 말했다.
집권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슬람국가(IS) 격퇴 등을 위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프랑스와 미국의 안보동맹을 존중해달라고 재차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은 파리기후협약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공공연히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 "중대한 실수"라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류에도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가족을 보좌관으로 허위채용했다는 의혹으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라이벌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를 겨냥해서는 공직에서 친족을 등용하는 행태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은 친족 정치 폐단을 근절하겠다면서 국회의원의 가족이나 친구를 채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의원들이 기업의 고문을 겸직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원 수 감축, 국회의원 임기 제한 등의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마크롱은 지난주 프랑스 정계 중도파의 거물로 불리는 프랑수아 바이루와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공약들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승승장구하는 분위기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Ifop와 피뒤시알의 공동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의 1차 투표 지지도는 24%로 바이루와의 연대효과에 힘입어 한 주 전 조사보다 1.5% 오르며 2위를 차지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항상 1차 투표 지지도 1위를 지켜온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은 25.5%로 역시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나, 한 주 전 조사보다는 1% 떨어지며 마크롱과의 격차가 더 좁혀졌다.
세비횡령 스캔들로 고전해온 제1야당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은 21%로 3위에 랭크됐다.
마크롱과 르펜이 결선투표에 진출한 경우를 가정한 지지도 조사에서는 마크롱이 62%, 르펜은 38%로 마크롱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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