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림이법 사각지대'…끊이지 않는 합기도장 통학차 사고
학원·체육시설서 제외돼 처벌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태권도장 등과는 달리 세림이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있어 사각지대에 있는 합기도장 통학차량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3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공영주차장 골목길에서 합기도장 통학차량에서 내리던 A(10)양이 옆을 지나던 싼타페 승용차에 발이 밟히는 사고가 났다.
전남 함평군에서 합기도장 통학차량에서 내리던 초등학생이 차 문에 옷이 끼어 끌려가다 숨진 사고가 난 지 한 달도 안 돼서다.
세림이법은 2013년 충북 청주에서 통학차량에 당시 3세이던 김세림양이 치여 숨진 것을 계기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의무를 대폭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통학차량의 보호자는 어린이가 차에 타거나 내릴 때 차에서 같이 내려 안전하게 승하차를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A양이 다닌 합기도장 관장인 B씨는 해당 차량에 동승하고 있었지만, 안전 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고 A양이 먼저 내리도록 방치하다가 사고가 났다.
A양은 발을 다쳐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어야 했고 부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러나 싼타페 운전자만 전방주시 태만 등으로 경찰로부터 범칙금 4만원을 부과받았을 뿐 통학차량 운전자와 관장 B씨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차량이 세림이법 적용을 받는 통학차량에 해당하지 않아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세림이법에서 규정하는 13세 미만 어린이 통학차량은 유치원, 초등학교, 학원, 체육시설에만 해당하는데 합기도장은 학원에도, 체육시설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현행 체육시설법에 따르면 체육시설 종목은 권투, 레슬링, 태권도, 유도, 검도, 우슈만 해당하며 합기도나 축구, 수영 등은 제외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차량이 합기도장 차량이 아닌 태권도장 통학차량이었다면 동승자가 어린이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처벌 대상에 속한다"며 "그러나 합기도장 차량이 통학차량에서 제외돼 처벌을 피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합기도장 등 통학차량은 '세림이법 통학차량'이 아닌 탓에 운전기사 등이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한 안전교육을 받을 의무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합기도장 통학차량 관련 사고가 났는데도 세림이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한 사례가 끊이질 않는다.
세림이법이 시행되고 열흘도 채 되지 않은 지난달 3일 전남 함평군에서는 합기도장 승합차에서 초등학교 1학년 C(7)양이 내리다 왼쪽 소매가 문에 끼었고 10m가량 끌려가다 바퀴에 깔리는 사고가 났다. C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해당 차량 운전기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으나 세림이법 적용은 받지 않았다.
계속되는 사고에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지만, 사각지대를 활용해서 법망을 피해가려는 '꼼수'마저도 등장하고 있다.
세림이법의 통학차량을 운행하려면 차량을 노란색으로 도색해야 하고 운전기사 외에 보호자도 항상 동승해야 한다.
도색비와 인건비 지출을 아끼고 사고 시 세림이법 적용도 피할 겸 실제로는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간판은 합기도장으로 바꿔 다는 도장이 있다는 것은 태권도 관장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목동의 한 태권도 관장은 "몇 년 전 통학차량을 노란색으로 도색하라고 해서 1대당 120만원을 들여 색을 바꿨다"며 "해동검도, 합기도 등 세림이법 적용을 안 받는 학원들은 하던 대로 편하게 운영하는데 불공평하다. 합기도장을 차려놓고 태권도를 가르치겠다는 관장들도 있다"고 말했다.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2015년 합기도 등 체육시설업도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a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