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대통령 거부로 연정 구성 불발…정국 혼란 지속
알바니아어 공용어 지정 둘러싸고 갈등 분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12월 총선을 치른 발칸 반도의 국가 마케도니아에서 연정 구성이 계속 불발되며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조르게 이바노프 마케도니아 대통령은 1일 지난 총선에서 2번째로 많은 의석을 얻은 사회민주당연합(SDSM)이 소수 민족인 알바니아계 정당들과 구성한 연정에 통치 권한을 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바노프 대통령은 "마케도니아의 주권과 독립을 위협하는 세력에게는 통치 권한을 줄 수 없다"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조란 자에브 SDSM 대표는 지난 달 27일 알바니아어를 마케도니아의 제2 공용어로 지정하는 법안을 지지하는 조건으로 알바니아 정당들을 파트너로 포섭, 전체 120석의 과반이 넘는 67석의 의석을 확보하는 연정을 구성해 이바노프 대통령의 재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알바니아인 수 천 명은 이날 이후 수도 스코페 등 주요 도시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이는 등 이 법안에 반대해왔다. 이들은 알바니아어를 공용어로 삼는 것이 나라를 분열시킬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알바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마케도니아에는 전체 인구의 200명 가운데 약 25%가 알바니아계 주민으로, 2001년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폭동으로 내전 직전까지 간 역사가 있다.
당초 의회의 과반 의석을 확보해 연정을 꾸릴 경우 통치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약속한 이바노프 대통령이 연정 승인을 거부하자 자에브 SDSM 대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대통령이 쿠데타를 획책하고 있다"며 "그의 결정은 마케도니아를 깊은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마케도니아에서는 2015년 2월 당시 총리이던 니콜라 그루에브스키가 야당 지도자와 언론인을 비롯한 수천 명의 통화를 수년 간 도청했다는 야당 측의 폭로를 발단으로 여야의 공방이 격화하며 2년 가까이 정국 혼란이 지속됐고, 작년 1월 그루에브스키 총리가 사임한 뒤 유럽연합(EU) 중재로 2018년 예정됐던 총선을 앞당겨 실시했다.
하지만 총선에서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집권당 '국내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이 51석, SDSM이 49석으로 초박빙을 이룬 탓에 10석 안팎의 의석을 얻은 알바니아계 정당들과의 연합이 필수가 됐다.
앞서 VMRO-DPMNE이 올해 초 알바니아계 정당과 연합을 시도했으나 무위에 그침에 따라 2위 정당인 SDSM에 연정 구성 권한이 넘어갔다.
한편, 이바노프 대통령은 지난 10년 동안 정권을 유지한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의 측근으로 작년에 그루에브스키를 포함해 도청 추문에 연루된 수 십 명을 사면하기로 결정했다가 반발이 일자 이를 번복한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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