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경찰, 마약용의자 즉결처형후 정당방위로 증거조작"
국제인권단체 HRW "두테르테에 궁극적 책임"…유엔 조사 촉구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일 필리핀 경찰이 마약 용의자를 초법적으로 처형하고 정당방위로 증거를 조작하고 있다며 유엔의 조사를 촉구했다.
HRW는 이날 '살인 면허: 두테르테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일어난 필리핀 경찰의 살인'이라는 보고서에서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 이후 반인도적인 범죄 소지가 있는 마약 유혈 소탕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필리핀 마닐라 수도권에 있는 마약 소탕전의 희생자 가족 28명과 목격자, 언론인, 인권운동가 등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다.
예를 들어 제복 차림의 경찰관이 19세 소년을 사살한 뒤 시신을 그의 친척들에게 보여줬다. 시신 옆에는 45구경 권총이 있었다. 총기로 저항해 사살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소년의 친척들은 "총을 살 형편도 안되고 소지하지도 않았다"며 "집세조차 낼 수 없어 그의 누나가 대신 내줬다"고 말했다.
HRW는 "경찰이 마약용의자를 냉혹하게 사살한 뒤 현장에 총이나 마약 등을 갖다 놓고 정당방위로 조작,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한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7천 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사살된 것과 관련, 두테르테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이 부추긴 결과이며 희생자 대부분은 도시 빈곤층이라고 주장했다.
HRW는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며 유엔이 긴급 조사에 나서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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