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잃은 엄마의 집념 '보답'…호주 사이버범죄 처벌 입법 '결실'
미성년 유인 위해 나이 속이고 접근시 최고 10년형 부과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온라인에서 나이를 속이고 접근한 40대 남성에게 청소년 딸을 잃은 호주의 엄마가 같은 유형의 사이버 범죄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울인 10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됐다.
호주 정부는 2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해를 입히거나 성적인 행위를 할 목적으로 온라인상에서 나이를 속이는 행위에 대해 최고 10년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 법률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의원 입법으로 만들어진 이 법안은 정부 측과의 오랜 협의를 거쳐 최종안이 마련됐으며 수일 안에 의회를 통과하게 될 것이라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이 법안은 2007년 18살의 젊은 뮤지션으로 위장한 40대 남성에게 살해된 소녀 칼리 라이언(당시 15세)의 이름을 따 '칼리 법'으로 명명됐다.
당시 가해자는 칼리를 유인하기 위해 1년 이상 온라인 채팅이나 전화로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이 와중에 자신을 뮤지션 청년의 아버지라고 속이며 칼리와 그녀의 부모를 만났고, 값비싼 선물을 전하기도 했다.
이 법안이 마련되는 데는 칼리의 엄마 소냐의 역할이 컸다.
소냐는 딸이 숨진 뒤 자신만의 슬픔만으로 그칠지 아니면 인터넷에서 아이들을 더 안전하게 할 방법을 찾을 계기로 삼을지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
소냐는 딸의 이름을 따 '칼리 라이언 재단'을 만들어 10년간 지칠 줄 모르고 활동을 벌여왔다. 입법활동과 함께 미성년자들의 사이버 안전을 위한 활동을 폈다.
온라인 청원 운동에는 9만8천명 이상이 동참했고, 소냐에게는 조언을 구하는 부모들이 이메일이 매주 600통가량 쏟아진다.
소냐의 적극적인 활동에 연방 상원의원인 닉 제노펀이 화답, 2013년 상원에 관련 법안을 제출했으며 정부 측과 광범위하고 오랜 협의 끝에 이번에 합의에 성공했다.
제노펀 의원은 "이 법은 딸을 향한 소냐 라이언의 끈기와 사랑의 징표"라며 "경찰이 이번 법률로 좀 더 일찍 개입, 아이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마이클 키넌 치안장관도 소냐가 딸을 잃을 슬픔을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며 그가 10년 동안 벌인 노력을 치하했다.
소냐는 아이들을 인터넷의 위험으로부터 더 잘 보호할 수 있게 됐다는 데 만족을 표시했다.
소냐는 "우리는 이제 경찰과 검찰에 더 일찍 개입해 유죄를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무기를 쥐여주게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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