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 속 "살려주세요"…해안경계 장병들 어민 3명 구조 일등공신
(고흥=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살려주세요! 거기 누구 없나요."
지난달 26일 오후 9시 16분께 해무가 짙게 깔린 바다에서 다급한 구조 요청 목소리가 들렸다.
고흥 해변에서 경계작전 중인 육군 제31보병사단 이준현 하사 등 3명은 대대 상황실에 "상황보고! 작전 중 민간인의 구조요청이 들린다"고 긴급 보고했다.
상황을 전달받은 대대 상황실은 상급 연대와 관할 해안경비안전서에 내용을 전파했다.
"살려달라"는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여 만에 해무 속에 감춰진 섬에서 민간인 3명이 해경에 구조됐다.
이모(74) 등 어민 3명은 당일 오후 2시께 고동, 해조류 등을 채취하기 위해 배를 타고 섬에 들어다.
선박을 돌려보낸 이들은 물때를 맞춰 육지로 연결되는 바닷길이 열리면 걸어서 육지로 나오려 했으나,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이에 깜박 물때를 놓쳐 아무런 준비 없이 섬에 고립됐다.
해안경계작전 중이던 이 하사 등은 사건 당일 따뜻한 한낮 기온 탓에 해무가 피어올라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여건에서도 시각과 청각을 곤두세우고 경계근무를 하다 멀리 떨어진 섬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구조요청을 인지했다.
이준현 하사는 "평소 훈련한 대로 해안감시를 펼친 덕분에 자칫 놓칠 수 있는 민간인의 구조요청을 들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눈이 가는 곳마다 마음을 다한다는 자세로 완벽한 해안경계작전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31사단은 지난해 11월 해안감시 장비로 바다에 빠진 민간인의 생명을 구했고, 올 1월에도 화재가 발생한 선박을 식별하여 진화를 지원하는 등 해안경계작전 중 잇따라 민간 사고까지 대응하는 '광주·전남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pch8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