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탄압' 에르도안 입국 금지하라…독일-터키 갈등 증폭

입력 2017-03-02 09:21
'언론탄압' 에르도안 입국 금지하라…독일-터키 갈등 증폭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독일에서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터키 주재 독일 언론인을 구속하는 등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터키 대통령의 입국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가디언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4월 통치 구조를 대통령 중심제로 바꾸는 내용의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터키인들이 많이 거주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독일을 방문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독일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국 허용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독일 내 터키인 공동체는 약 140만명 규모로, 개헌안 투표를 앞두고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터키 정치 구도 하에선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에서 독일 정치와 이민 공동체 간의 상호 관계를 연구하는 알렉산더 클락슨은 "터키 집권 정의개발당(AKP)으로선 에르도안 지지자들로 가득 찬 독일 운동장 사진이 전 세계 터키인을 보호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국을 저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언론 자유를 탄압하며 자국 기자를 구속한 국가의 수장을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허용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과 연정을 맺은 사회민주당(SPD) 소속인 랄프 예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정부 내무장관은 독일 언론인을 구금한 터키 대통령을 "손님으로 환영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정치 집회는 독일 어느 곳에서도 열려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급진좌파 색채의 정당인 좌파당의 세빔 다델렌 의원도 "독일 땅에서 터키 대통령이 민주주의 폐지와 사형제도 도입을 홍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은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웃 국가인 오스트리아의 경우 이미 외무장관이 "터키의 정치운동과 분열을 오스트리아로 가져오는 것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내는 등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도 이런 논의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 대변인은 입국금지가 잘못된 의미를 전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이날 "독일 정부는 터키가 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위가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보며 이를 규탄하는 바"라면서도 "우리가 다른 나라를 규탄하려면 먼저 우리 안에서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표현의 자유가 지켜지는지를 더욱 주의 있게 봐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요구하려면 우리가 먼저 이를 실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독일 내 가장 큰 터키 공동체인 TGD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헌안을 "터키를 한 사람을 위한 국가로 만들려는 시도"로 보고, 개헌안 국민투표에 불참하도록 종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실시되는 터키 개헌안 국민투표는 의원내각제인 터키의 통치 구조를 대통령 중심으로 바꾸고, 대통령의 임기를 2029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