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회연설문 막판까지 고치고 연습하고…이방카 막후조언

입력 2017-03-02 01:22
수정 2017-03-02 08:49
트럼프, 의회연설문 막판까지 고치고 연습하고…이방카 막후조언

"당일 오후 6시15분께 연설문 완성", "여성-보육-환경언급은 이방카 작품"

백악관 고위 관리 "트럼프, 의회연설 후 매우 만족해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까지 의회연설문을 고치고 또 고치고 리허설을 반복하는 등 각별하게 공을 들였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가 백악관 관리들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공식 의회 데뷔 무대인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최근 며칠 동안 준비를 했으며, 특히 당일에는 집무실 '오벌 오피스'가 아닌 비정치인들을 만날 때 주로 활용되는 '맵룸'에서 온종일 연설문과 씨름했다.

마지막 연설문 검토 작업에는 '오른팔'인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 스티븐 밀러 수석 정책고문,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켈리엔 콘웨이 선임고문,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숀 스파이서 대변인, 호프 힉스 전략공보국장 등 핵심 측근들이 총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문 검토 도중 맘에 들지 않는 문장과 표현들을 직접 골라내 다시 검토해 가져오라고 지시했는가 하면, 텔레프롬프터(원고 표시장치) 앞에서 두 차례 리허설하면서 특별히 강조해야 할 중요 대목에 대해서는 억양까지 세밀하게 연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차례 검토하는 바람에 최종 연설문이 완성된 시점은 의회연설이 3시간도 채 남지 않은 오후 6시 15분이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흑인역사의 달'과 민권에 관한 첫 문장도 오후 5시가 다 돼서 최종 수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의회를 향하는 리무진 안에서 계속 원고를 보며 연습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덕분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의회연설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끝났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통령 역사가인 더글라스 브링클리는 폴리티코에 "이번 의회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파적 인물에서 벗어나 통합적 인물이 되려고 노력하는 순간이었다"면서 "처음으로 대통령처럼 보였다"고 호평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후 매우 만족해했다"면서 "백악관으로 돌아와 고위 참모들을 껴안으면서 연설이 어땠는지, 사람들의 평가는 어땠는지 물으며 감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5명의 자녀 중 가장 총애하는 장녀 이방카가 이번 연설문에도 관여했다고 인터넷매체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어둡고 공격적이었던 '디스토피아적'(反이상향적) 취임사와 달리 이번 의회연설문에 꿈과 미래, 열망에 관한 메시지가 등장한 데는 이방카의 막후 조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리는 "연설문은 스티븐 밀러의 일이지만 이방카가 연설문의 많은 부분에 대해 밀러와 함께 열심히 검토했다. 특히 이방카는 국민의 사기를 진작하고 열망적인 연설이 되길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확실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이방카는 구체적인 정책과 관련해선 가족 유급휴가, 여성건강, 보육, 환경이슈 등에 관해 조언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정책들과 관련해 이전보다 다소 진전된 발언을 내놓았는데, 일례로 직전 버락 오바마 정부의 환경규제를 맹비난해 온 태도와 달리 이번 연설에서는 "청정 대기와 수질을 보호하겠다"는 메시지를 처음으로 발신했다.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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