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주재 독일특파원 구속에 獨 뿔났다
"언론자유 억압" 비판하며 항의 조직화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쿠르드계 지도자를 인터뷰한 독일 유력 보수 일간지 디벨트의 터키주재 특파원이 '테러 선전' 혐의로 터키 국내에서 구속되자 독일에서 반발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독일 언론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데니즈 이위젤(43. 독일식 표기로는 데니츠 위첼) 디벨트 특파원의 구속이 결정되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위시한 최고위 각료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전날 독일주재 터키대사를 외교부로까지 불러들여서 공식 항의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교부 장관의 위임을 받아 케말 아이딘 터키대사를 만난 발터 린트너 외교부 차관은 이위젤 특파원의 구속은 불필요하고도 부적합한 것이었다면서 조속한 석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가브리엘 장관의 뜻을 확인했다.
퇴임을 앞둔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은 특히, "지금 터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면 이 국가가 과연 법치국가로 여전히 남을지조차 의심이 들게 한다"고 가세했다.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와 독일 내 최대 외국인 공동체를 구성하는 터키계 여론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주요 언론과 시민사회는 보다 강력한 비판 움직임에 나섰다.
평소에도 이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해 발생한 '실패한 쿠데타' 책임자 처벌을 앞세워 언론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를 억누르고 있다며 매우 비판적인 자세를 보인다.
보수 색채의 대중지 빌트는 이날 사설에서 권위주의국가 등에서 더러는 자신의 삶을 위협받으면서까지 보도하는 기자들의 현실을 짚고는 "이위젤 기자의 자유를 위한 우리의 싸움(고투)은 우리 모두의 자유를 위한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빌트는 나아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오는 4월16일 국민투표에 부치는 개헌이 그에게 더 많은 권력을 안길 것이라고 해설하고, 터키에서 부당하게 구금된 언론인 145명의 실명과 구금 개시 일시, 그리고 일부 파악된 얼굴사진까지 게재했다.
진보 지향의 자유주의 매체인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독일과 터키 관계에 깊은 균열이 있다"면서 이위젤 특파원 구속에 따른 연방정부의 대응 등을 전하는 것으로 양국의 갈등상을 보도했다.
또한 국경없는기자회 등 시민단체 활동가와 기자, 정치인 등은 전날 베를린주재 터키대사관 앞에서 이위젤 특파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항의 집회를 열거나 도로에서 차량행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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