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제재 위력?…몽골은 '백기투항', 일본은 '우경화'
(베이징=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롯데그룹의 경북 성주 골프장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부지로 결정되면서 중국의 보복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향후 중국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사드 한반도 배치로 안보가 위협당하는 상황이기에 보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며 반(反)트럼프 전선을 유도하고 있는 처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중국이 꺼내들 카드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중국은 대규모 무역적자를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환율조작국 지정 등 보복조치를 시사하자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며 유럽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사드 보복을 이유로 한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게 되면, 이런 중국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최근 몇 년 새 외교적 갈등을 이유로 한 중국의 외국 제재는 약소국에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 반면 나름 강대국에는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약발이 잘 받았던 사례로는 몽골에 대한 중국의 제재를 들 수 있다.
몽골은 지난해 11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했다가 중국의 경제 제재에 직면했다.
몽골은 중국이 철도건설, 광산개발 등을 위한 차관제공을 중단하자 3개월만에 항복선언을 하고 '다시는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몽골이 백기투항했다. 몽골의 이런 태도는 석탄 등 원자재 가격하락으로 국가가 부도위기에 처한 특수한 상황과 관련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에서 융자를 받아야하는 몽골로서는 중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본은 2012년 9월 11일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국유화 조치로 중국으로부터 경제보복을 당했다.
국유화 조치 이후 연일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자동차 등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그 같은 조치는 이미 센카쿠에서의 일본과의 어선 갈등에 이은 것이었다.
2010년 9월 센카쿠 부근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이 충돌하자 일본은 중국 어선의 선장을 구속했다. 그러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중단 등 경제보복과 정치, 민간 교류 중단 등으로 일본을 압박했다. 희토류 수입이 절실했던 일본은 일단 '굴복'해 중국 선장을 재판도 하지 않고 석방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치권이 급속하게 우경화하는 계기가 됐고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이 '중국 위협론'을 무기로 득세하게 돼 지금의 일본 '우경화'를 이끌었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제재는 국유화 이후 2년이 지난 2014년에 가서야 화해모드로 접어들었다.
이를 통해 일본이 입은 피해는 거의 없었다.
프랑스도 티베트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었다. 2008년 12월 사르코지 대통령이 폴란드에서 중국의 반대에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면담한 것이 발단이 돼 두 나라는 충돌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사르코지의 달라이 라마 면담을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중국 인민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면서 프랑스에 보복조치를 했다.
중국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당시 순회의장이던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을 연기했고, 100억 달러 규모의 에어버스 150대 구매 협상도 중단했다.
프랑스는 그 다음해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했다.
노르웨이는 2010년 인권 운동가이자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 평화상 수상 이후 경색됐던 정치 및 외교 관계를 6년만인 지난해 12월 정상화했다. 양국 외무장관이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회동하면서 "많은 논의 끝에 중국과 노르웨이는 정상적인 관계 재개를 허용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상호 무역규모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관계정상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당시 노르웨이 노벨평화상위원회가 류샤오보를 수상자로 결정하자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금지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상대로 한 중국의 사드보복은 일단 '세게' 압박하고, 한국의 변화를 기다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관련 발언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잘 나타난다.
겅 대변인은 "우리는 다시 한국 측에 촉구하는데 중한 관계에서 거둔 성과를 귀히 여기고 중국 측의 합리적인 우려를 직시해 사드 관련 진행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양국 관계와 무역 협력 및 인문교류에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일단 사드 보복의 칼을 든 중국으로선 한국이 변화한다면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중국이 관영 매체의 선동과 관제 시위를 통해 한국산 불매운동을 조장한다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로선 당분간 고전이 예상된다.
jb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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