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의회연설 '선언적'…"새로운 동력으론 미흡"

입력 2017-03-01 16:17
트럼프 美의회연설 '선언적'…"새로운 동력으론 미흡"

기대 선반영·구체성 결여, 증시상승 되돌림 가능성도

중산층 세금 대폭 경감 강조…국내 IT·자동차업계 호재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이 기대했던 것보다 구체성이 떨어지고 선언적인 내용이 많아 국내외 증시 상승의 새로운 동력이 되기는 미흡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연설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돼 국내외 증시가 되돌림 현상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민주당과 예산안 협상을 앞두고 독불장군식 태도에서 타협적인 입장을 선회한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역사적 감세정책 중에서 중산층에 대대적인 세금 감면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한 점은 우리나라 수출주인 정보통신(IT)과 자동차업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일 "트럼프는 의회 연설에서 재정 확대 방침을 재차 강조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면서 "구체적 정책이 발표될 때까지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시장이 기대감을 이어갈 수 있는 이벤트는 됐지만 새로운 동력이 되기에는 부족했다"면서 "구체성이 떨어졌다는 부분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빠졌다는 실망감에 최근 신고가 랠리를 이어간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일부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연설은 그간의 행보를 종합하는 수준으로 구체성이 떨어졌다"면서 "증시 측면에서는 선반영했던 기대감을 해소하는 이벤트로 일정 부분 되돌리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특히 민주당과 예산안 협상을 앞두고 타협적인 태도를 보인 부분에 주목했다.

김용구 연구원은 "독불장군식으로 혼자 내달려왔다면 이제 민주당과 타협 과정에 돌입하는 국면"이라며 "정책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선명성이 부각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역사적인 감세를 강조한 부분 중 특히 "중산층에 이례적으로 세금을 많이 경감해줄 것"이라고 밝힌 것은 한국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등 수출주에 호재로 작용할 만한 부분이라고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러나 이조차도 트럼프가 누누이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시장에 기대가 이미 반영됐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김병연 연구원은 "소비세 감세로 미국 중산층의 소비가 늘면 IT나 자동차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얘기됐던 내용"이라며 "미국 정부에서 논의 중인 국경조정세 등으로 오히려 자동차가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오바마케어(건강보험)를 폐기하고 대체안을 마련하자고 촉구한 것도 국내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경감해주고 또 약값 인하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한국 바이오시밀러 업체의 수혜가 예상된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오바마케어 폐기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 "이는 국내 관련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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