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양회 개막] 시진핑 1인체제 권력게임 시작됐다
지방 수장에 친위세력 대거 포진…최고지도부 진입 경쟁 '치열'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의 출범을 앞두고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3일 개막함에 따라 중국 권력 이동의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2년 말 제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대)로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 오른 시진핑 주석은 올해 10∼11월로 예정된 19차 당 대회로 집권 2기를 맞게 된다.
통상 중국 최고지도자는 총 10년의 집권 기간에 1기 5년은 권력기반을 다지고, 2기 5년은 자신의 집권의지와 정책방향을 실현 관철하는 기간으로 삼는다.
지난해 10월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에서 당 중앙 '핵심' 지위를 부여받은 시 주석은 이에 따라 친위세력을 중심으로 1인 체제를 공고히 하며 차기 후계구도도 짜야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19차 당대회를 7∼8개월 앞두고 열리는 이번 양회를 터닝 포인트로 삼아 중앙과 지방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인사교체는 시진핑의 집권 2기 개막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 대규모 지방인사 교체…5분의 1이 시진핑 친위세력
이미 작년초부터 대규모로 지방 수장들의 인사조정이 이뤄져 왔다. 통상 권력교체기 전에 이뤄지는 관례적 인사지만 그 배후에는 '시 핵심' 옹위 체제의 실현이 담겨 있다.
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 중국의 22개 성(省), 4개 직할시, 5개 자치구 등 31개 성급 행정단위 가운데 14곳(45%)의 당 서기와 22곳(71%)의 행정수장(성장, 시장, 자치구 주석)이 교체됐다.
이중 9명이 시 주석의 친위 인맥인 시자쥔(習家軍)으로 분류된다. 시자쥔에는 시 주석 저장(浙江)성 서기 재임 당시의 관료 인맥군인 즈장신쥔(之江新軍)과 푸젠(福建)성·상하이 서기 재임 당시의 직계 부하, 칭화(淸華)대 학연, 가족간 인연 등이 포함된다.
지난 1년 사이 지방 영수 자리에 오른 즈장신쥔에는 차이치(蔡奇) 베이징시장, 잉융(應勇) 상하이시장, 리창(李强) 장쑤(江蘇)성 서기, 러우양성(樓陽生) 산시(山西)성 서기, 류치(劉奇) 장시(江西)성장이 있다.
상하이 인맥엔 두자하오(杜家毫) 후난(湖南)성 서기와 천하오(陳豪) 윈난(雲南)성 서기가 전진 배치됐다. 시 주석과 칭화대 동창인 후허핑(胡和平)이 산시(陝西)성 성장으로, 시 주석 일가와 오랜 교류가 있었던 몽골족 출신 푸샤오린(布小林)이 네이멍구자치구 주석도 시자쥔 세력으로 분류된다.
앞서 지난 2012∼2015년 사이에도 샤바오룽(夏寶龍) 저장성 서기, 바인차오루(巴音朝魯) 지린(吉林)성 서기,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貴州)성 서기 등 3명의 즈장신쥔이 임명됐다.
62명의 지방 당정 수장 가운데 5분의 1에 달하는 12명이 '시 핵심'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 주석의 인사수혈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양회가 종료된 후 19차 당대회가 열리는 7∼8개월 동안 지방 수장의 교체는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앞으로 인사교체를 앞두고 있는 지방에 베이징, 상하이, 충칭 3개 직할시 서기가 포함된다. 톈진까지 포함한 4대 직할시의 서기는 중국의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위원, 더 나아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직행할 수 있는 '티켓'을 얻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들 지방 수장의 인사교체는 중국의 권력 흐름을 관찰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집권 2기 지도부 구성은…권력게임 본격화
양회가 끝나면 시진핑 2기 집권체제인 19대의 정치국 상무위원단을 둘러싼 인선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7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단은 집단지도체제인 중국 공산당의 최고위 지도부다.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한 5명의 쓰링허우(40後·40년 이후 출생자) 정치국 상무위원은 19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퇴임 연한인 68세를 넘겨 대거 은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현재 69세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관례를 깨고 유임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시 주석으로선 1기 집권 기간 최대 치적중 하나인 반(反) 부패 드라이브를 이끌어온 왕 서기가 유임하는 것이 2기 집권계획을 운용하는데 있어 매우 긴요하다. 아울러 시 주석이 왕 서기의 유임을 근거로 오는 2020년 20차 당 대회 때 69세가 되는 자신의 임기 연장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의 오랜 전통을 파기하고 왕 서기를 유임시킬 경우 퇴임하게 되는 장더장(張德江), 위정성(兪正聲), 류윈산(劉雲山), 장가오리(張高麗) 등 4명의 상무위원을 어떻게 설득하고 배려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왕 서기가 유임하게 되면 입상(入常·상무위원단 진출)을 노리는 인사들의 승진 여지가 좁아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중에서도 한정(韓正) 상하이시 서기의 자리 이동이 관건이다. 한 서기가 시 주석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시 주석이 상하이시 서기 시절 함께 일했던 사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20차 당대회에서 총서기, 총리 인선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 류링허우(60後·1960년 이후 출생자) 세대인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와 쑨정차이(孫政才) 충칭시 서기의 이동 가능성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의 퇀파이(團派)로 분류되는 인사들이어서 시 주석이 마뜩잖아한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지난해 10월 후춘화, 쑨정차이와 함께 왕양(汪洋) 부총리,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등 5명이 차기 지도부로 유력시된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왕후닝을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을 정협 주석, 쑨정차이를 부총리, 리잔수를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후춘화를 당무공작 총괄로 배정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시 주석이 1인 체제의 강화에 맞춰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지, 아니면 전통대로 원로 및 각 계파와의 협의를 거쳐 양보를 할지가 2기 체제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