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회연설] 이민제도 개혁 예고…이민 범죄 희생자 위한 'VOICE' 신설
캐나다·호주처럼 고득점자에 이민 우선권 주는 '메리트 시스템' 채택 촉구
불체자 조직폭력배·마약상·범죄자 추방은 미국민 안위 위한 정당한 법 집행
급진이슬람 테러리즘 강력 대처 천명…"미국이 극단주의자 피난처되는 것 용납못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의회에서 한 첫 의회 합동 연설에서 현 이민 제도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지난달 20일 미국 45대 대통령에 취임한 뒤 반(反) 이민 행정명령으로 미국 안팎을 대혼돈으로 몰아간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단속·추방과 관련한 구체적인 후속 대책을 이날 얘기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민 제도의 대변혁을 꾀해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을 아끼고 이민 범죄 희생자를 위한 부서를 신설해 미국민을 보호하겠다는 다짐으로 범죄 전과 이력자의 추방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나타냈다.
또 마약과 범죄의 미국 유입을 막을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장벽이라면서 대통령 선거 공약인 미국과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공사를 예정보다 빠르게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radical Islamic terrorism)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강력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말하고 "우리나라가 극단주의자들을 위한 피난처가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현재의 낡은 미국 이민 제도가 가난한 미국 노동자들을 우울하게 하고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준다면서 캐나다와 호주가 시행 중인 '메리트 베이스드 이민 제도'(성과에 기초한 이민제도 merit-based immigration system)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제도는 이민 청원 자격을 점수로 계량해 고득점자에게 이민 우선권을 주는 '점수제' 이민 방식으로 이민 신청자의 기술 숙련도가 높을수록 대우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신청자가 재정을 스스로 뒷받침해야 하는 건 당연한 원칙이나 미국에선 이런 규정을 강요하지 못한다"면서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에 따르면, 현재 우리의 이민 제도는 미국민 납세자에게 연간 수십억 달러를 전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숙련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현재 이민 제도를 바꿔 메리트 베이스드 시스템을 채택하면 돈도 아끼고 근로자의 봉급도 올릴 수 있으며 이민 가정을 포함해 고통받는 여러 가정이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의 고용과 임금 개선, 국가 안보 강화, 법 존중 정신 복원이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춘다면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이민 개혁을 이룰 수 있다"며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에게 진지한 논의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특별 손님으로 의회에 초청한 불법 체류자 폭력 희생자 유족을 소개하며 이민 범죄자에게서 미국민을 보호하겠다고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토안보부에 '이민 범죄 희생자를 위한 약속'(Victims Of Immigration Crime Engagement·VOICE)이라는 조직을 신설토록 지시했다"면서 "언론에 잊히고 침묵하던 미국인 희생자들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 초청 손님인 제시카 데이비스, 수전 올리버, 수전의 딸 제나, 재미얼 쇼 시니어를 차례로 거명했다.
데이비스와 수전은 2014년 불체자에게 근무 중 피살된 캘리포니아 주 경찰 마이클 데이비스 형사, 대니 올리버 경관의 부인이다. 쇼 시니어는 아들을 2008년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불체자 조직폭력배의 총격에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을 위협하고 등쳐먹던 (불법 체류 외국인) 조직폭력배, 마약상, 범죄자들을 추방하고 있다면서 "나쁜 것은 지금 말하는 순간, 약속한 것처럼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불체자 강력 단속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향해선 "직장, 수입,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미국 가정에 무엇을 말할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우리가 법을 집행하지 않고 국경을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냐"며 연방 차원에서 이뤄지는 불체자 단속과 추방이 미국민의 안위를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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