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급진이슬람 테러' 고수? 폐기?…맥매스터 영향력 가늠자

입력 2017-03-01 01:07
트럼프 '급진이슬람 테러' 고수? 폐기?…맥매스터 영향력 가늠자

맥매스터, 트럼프에 사용 자제 당부…첫 국정연설 발언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급진이슬람 테러리즘'(radical Islamic terrorism)이라는 용어를 계속 쓸 것이냐 말 것이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급진이슬람 테러리즘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부터 애용해 온 문구로, 직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테러리즘에 나약하게 대처한다고 비난할 때 주로 사용했다.

이 용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테러 우려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들의 미국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기저로도 작용했다.



이 표현 자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이 창립한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에서 국가안보담당 편집자를 지낸 헝가리 출신 서배스천 고르카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배넌은 물론이고 스티븐 밀러 수석 정책고문 등 강경 측근들이 이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반골', '강골'로 불리는 허버트 R. 맥매스터 미 육군 중장이 새 국가안보보좌관에 발탁되면서 백악관 내부에 다소 '이상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안보 총사령탑'으로서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 정책을 설계하고 주도할 맥매스터가 이 용어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맥매스터는 지난주 비공개회의 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급진이슬람 테러리즘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매스터는 다른 참모들에게도 '급진이슬람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요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리스트들은 이슬람 교리에 반할 뿐 아니라 이슬람을 왜곡시키고 있으므로 이슬람과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를 묶어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맥매스터의 소신이다. 이는 중동 국가들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이슬람 교리와 테러를 분리했던 조지 W. 부시(아들 부시)나 오바마 정권의 접근법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맥매스터와 그의 측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밤 첫 의회 국정연설 원고에도 문제의 용어가 들어가지 않도록 연설담당 비서관과 밀러 정책고문 등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자신의 취임 후 첫 상·하원 첫 합동연설에서 테러리즘과 관련해 어떤 용어를 사용하느냐가 백악관 내 맥매스터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원고 초안에는 이 문구가 그대로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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