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태극마크 품은 랍신 "올림픽 메달에 모든 걸 걸겠다"

입력 2017-03-01 05:37
힘겹게 태극마크 품은 랍신 "올림픽 메달에 모든 걸 걸겠다"

월드컵 6차례 우승한 세계 최고 수준 선수

러시아 대표팀 파벌 싸움에 말려 대표 탈락…한국서 새 출발

(평창=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러시아 출신 바이애슬론 스타 선수인 티모페이 랍신(29)이 한국 국적으로 뛴다는 건 몇 년 전까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러시아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IBU 월드컵에서 6차례 우승을 차지한 랍신은 러시아 바이애슬론 대표팀 파벌 싸움에 휘말리면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랍신은 올림픽 출전 꿈을 이룰 수만 있다면 러시아 국적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결심했고, 이를 감지한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과 경쟁을 벌인 끝에 그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랍신의 귀화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난항을 겪게 됐다.

함께 귀화를 추진했던 여자 선수 에카테리나 에바쿠모바(27)는 특별귀화 절차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랍신은 법무부가 보류 판정을 내렸다.

랍신과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포기하지 않고 재시도했고, 재수 끝에 지난달 27일 통과하면서 그도 이제 '한국인'이 됐다.

지난달 28일 IBU 바이애슬론 월드컵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만난 랍신은 "한국 국적을 따서 행복하다. 시즌이 거의 끝나갈 때 받아서 아쉽지만, 지금부터라도 빨리 운동해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고 태극마크를 달게 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러시아 대표팀에 문제가 있어 나오게 됐는데, 그런 찰나 한국에서 초대해서 뛰게 되었다. 한국에 너무 감사해 메달을 꼭 안겨주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랍신은 특별귀화 보류로 이번 시즌 출전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도 평창에서 묵묵히 대표팀 훈련을 소화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을 찾아 떠날 수도 있었지만, 랍신은 "이미 시간이 늦어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었다. 답은 한국에서 기다리는 것 하나였다. 힘들 때면 '꼭 (기량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참았다"고 설명했다.

이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랍신은 2일부터 5일까지 평창에서 열릴 IBU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랍신이 당장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쉽지 않다.



특별귀화 인터뷰 때문에 서울과 평창을 오가며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최근에는 식중독까지 걸려 고생했다.

3일 열릴 남자 스프린트 종목에 출전 예정인 랍신은 "귀화 통과를 너무 오래 기다렸고, 그 기간 대회를 한 번도 못 나갔다. 감각이 떨어진 게 문제"라면서 "일단 이번 시즌은 몸을 맞춰나가는 게 목표다. 그리고 다음 시즌과 올림픽에서 메달을 위해 모든 걸 걸겠다"고 다짐했다.

해외에서 우수한 선수를 귀화시킬 때 필연적으로 기존 한국인 선수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랍신은 한국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선진 기술을 전수하며 '하나 된 팀'에 녹아들고 있다.

그는 "한국 선수에게 모든 걸 전달하고 싶으며,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난 한국인이며, 같은 팀"이라면서 "한국 선수들이 당장 다음 올림픽에는 힘들지 몰라도, 다음 올림픽에는 나 정도 기량까지는 올라올 거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랍신이 러시아를 떠나 이역만리까지 오게 된 것도 결국 올림픽 때문이다.

원래 세계 정상급 선수였던 만큼, 시간을 두고 준비하면 올림픽 메달도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꿈일 수도 있겠지만, 평창에서 금메달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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