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신촌 패밀리레스토랑 데려갔었는데…이젠 싼 맛집 가요"(종합)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나고 경기 침체 여파로 주 고객층인 20~30대들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은 '뒷전'이 된 지 오래다.
반면 '혼밥족'을 겨냥해 잇따라 출시되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간편식 등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1일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168%나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편의점이 취급하는 3천여 개(담배 제외) 품목 가운데 단일 품목으로 매출 1위를 기록한 것 역시 대표적 편의점 도시락 제품인 '백종원 한판도시락'이었다.
연간 매출 신장률을 보더라도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2012년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년 두자릿 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무려 168%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3배나 증가한 것이다.
대학생 정모(24)씨는 "취업 준비하랴 아르바이트하랴 시간이 없고 굳이 식당에 가서 혼자 밥을 먹기엔 돈이 아깝기도 해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간편식을 먹는다"며 "몇 년 전만 해도 편의점에서는 '삼각김밥' 정도 사 먹을까 말까 했는데 요새는 편의점 도시락이 '가성비 갑(甲)'"이라고 말했다.
4인 가족이나 연인 등 2인 고객이 주를 이뤘던 외식 문화 자체가 많이 줄어들고, 대신 집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간편식 시장 규모가 2015년 기준 1조6천720억 원으로, 5년 새 51.1%나 성장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명 '혼밥족'이 늘고 '집밥'을 표방해 맛과 재료에 신경 쓴 제품이 늘면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간편식 제품이 "싸기만 하다"는 인식이 바뀐 영향도 적지 않다.
BGF리테일 김정훈 간편식품팀장은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지난해 역대 최고치의 발주량을 기록할 정도로 도시락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2014년 2천억 원 수준이던 편의점 도시락 수준 규모는 이미 지난해 5천억 원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갈 수 없을 정도로 인기였던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국내에서 매장 수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철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밖에 최근 너도나도 '나만의 맛'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일부 마니아층만 하던 맛집 투어가 일반화된 것도 패밀리 레스토랑의 '몰락'을 부추겼다.
회사원 이모(30)씨는 "10년 전 대학 입학했을 때만 해도 선배들이 데려가는 식당 중 가장 좋은 데가 신촌에 있는 한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며 "요즘은 인터넷상에 널린 게 맛집 정보인데, 굳이 비싸고 메뉴는 한결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을 왜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주로 혼자 밥을 먹지만 친구들과 오랜만에 외식하며 기분을 내고 싶은 날에는 평소 포털 블로그에서 눈여겨 봐뒀던 맛집을 찾아서 간다"고 말했다.
주무 이모씨(46) 씨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가격이 비교적 비싼 편이고, 음식 맛이 다소 느끼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쇠락의 길을 걷던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서도 '변신'을 꾀하는 곳도 있다.
롯데리아에서 운영하는 TGIF는 지난해 한국에 진출한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매장 인테리어를 교체했다.
또 쇠고기가 원재료였던 메뉴 대신, 돼지고기 등심을 활용한 대신 가격은 확 낮춘 '스터프드 포크 스테이크'라는 코스 요리를 출시했다.
스프와 샐러드, 스테이크, 음료를 모두 포함해 평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1만2천 원에 판매한다.
TGIF 관계자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춘 메뉴"라며 "과거와 달리 4인 가족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고, 많지는 않지만 혼자서 햄버거와 맥주를 시켜 먹는 등 1인 고객도 생겨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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