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교수 日서적·전문지 표절 의심"…출판계 논란

입력 2017-03-02 07:00
"국립대 교수 日서적·전문지 표절 의심"…출판계 논란

해당 교수측 "참고문헌에 적시…저작권 위배안돼" 반론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의 한 국립대 교수가 일본 서적과 월간지를 그대로 베껴 저서를 출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진위가 주목된다.

2일 부산 모 대학교와 출판업계에 따르면 해당 대학의 공대 A교수가 2010년 쓴 '부식방식학'이라는 저서가 1991년 출간된 같은 제목의 일본 서적을 그대로 베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50쪽이 넘는 A교수의 해당 저서를 살펴보면 목차의 구성 방식을 일본 서적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서적이 '금속은 언젠가는 녹이 슨다'고 말하며 불교 경전에서 차용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말의 목차를 그대로 가져와 쓴 것은 물론이고, 일본 서적의 2장 속 내용이 A교수의 저서에는 1장으로, 원본의 5장 내용이 1장으로 바뀌는 것 등 외에는 차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서적 속의 내용이나 도표, 그림, 사진도 수십 페이지에 걸쳐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A 교수의 저서와 일본 서적은 문장의 길이나 개수, 문단 사이 띄어쓰기마저 유사한 페이지가 많아 일본어를 몰라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표절을 의심할 수 있을 정도다.





A교수가 2014년에 쓴 '철도차량부품'이라는 저서도 일본의 유명 전문 월간지 2002년 발행호와 내용이 매우 유사하다.

각각 30∼50쪽 분량으로 2권으로 된 이 저서 또한 내용과 삽화, 그래프 대부분을 일본 월간지에서 가져와 쓰고 있다.



A교수는 자신의 저서 말미 '참고도서' 목록에 베낀 것으로 의심되는 도서와 월간지의 이름은 기재해 놓고 있다.

하지만 내용 대부분을 그대로 사용한 것과 관련해 일본 출판사나 저작자로부터 허락을 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출판업계에 종사한다는 한 한국인 제보자는 "일본 출판사에서 이 문제를 조사해 왔으며 최근 고소·고발 등 법정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업계에 소문이 나 있다"면서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이 제보자는 해당 교수가 한해에만 16권의 책의 집필하는 등 20년이 넘는 재직 기간 저술한 100여 권의 책에 대해 대학 측이 표절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는 "한 해 16권을 실제로 집필했다면 너무나 존경스럽고 경이로운 일이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 놓고 봤을 때 무단복제나 표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수 측은 참고문헌에 일본 서적과 월간지를 적시한 만큼 저작권에 위배되는 행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저작권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저작권법 28조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사용하는 경우만 법에 합당하다고 판단한다"면서 "참고문헌에 인용서적을 기재했다고 하더라도 3∼4페이지를 통째로 가져오면 정당한 인용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인용이 부차적이고 보조적인 역할을 벗어났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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