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논란' 호주, 법인세 인하 놓고 여야 정면 충돌

입력 2017-02-28 15:52
'불평등 논란' 호주, 법인세 인하 놓고 여야 정면 충돌

지난 분기 수익 20↑, 임금은 0.5%↓…야권, 친기업 정책 반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기업들의 금고는 채워지고 국민 주머니는 가벼워지고…

호주에서 최근 기업들의 수익은 많이 증가했지만, 임금은 오히려 내린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법인세 인하 논의마저 본격화하면서 여야 간에 치열한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호주 의회는 현 정부의 주요 공약인 법인세 인하 문제를 놓고 논의를 본격화한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28일 보도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7월 총선을 치르면서 법인세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내 최고 수준인 현재 30%에서 앞으로 10년간 25%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호주 정부는 법인세 인하 규모가 총 500억 호주달러(43조5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결국 직원들에게 높은 임금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야당인 노동당은 법인세 인하는 사실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노동당의 고용담당 대변인인 브렌던 오코너는 법인세 인하가 "불평등이 75년 사이 최고 수준이고, 임금 증가는 사상 최저, 실업률은 사상 최고인 상황에서 맬컴 턴불 정부가 노동자들을 실망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당은 최근 관광업계와 요식, 소매 업계 종사자의 일요일과 공휴일 수당을 축소하기로 한 데 이은 또 하나의 기업에 대한 혜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공정근로위원회(FWC)는 지난 23일 수당 수준이 너무 높아 사업주들의 일요일과 공휴일 영업 의지를 꺾어왔다며 영업시간을 늘리고 일자리 확대를 꾀한다며 수당 축소를 결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통계청은 27일 기업들의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간 수익은 20%나 치솟았지만, 임금은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인 0.5%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커먼웰스은행 계열 증권사인 콤섹(CommSec)의 책임 이코노미스트 크레이그 제임스는 기업들의 지난해 1년간 수익은 금융과 광산부문의 호조로 26% 증가했지만, 임금 상승분은 1%에 그쳤다고 28일자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말했다.

그러나 맬컴 턴불 총리는 27일 의회에서 법인세 인하를 반대하는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를 향해 "완벽한 위선"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턴불 총리는 쇼튼 대표가 수년 전 의회에서 법인세 인하는 투자와 생산성, 고용을 늘린다는 주장을 폈다며 완전히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립 싱크탱크인 그래턴 연구소는 27일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법인세 인하 계획대로라면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에 앞서 수년간 국민소득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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