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실상 '그룹 해체'…미전실 폐지ㆍ계열사 자율경영 전환(종합2보)

입력 2017-02-28 16:40
수정 2017-02-28 17:53
삼성 사실상 '그룹 해체'…미전실 폐지ㆍ계열사 자율경영 전환(종합2보)

미래전략실 영구 해체…그룹 사장단회의ㆍ대관업무 폐지

'이건희 차명재산 사회환원' 계획은 추후 공개키로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김연숙 기자 =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사상 초유의 위기사태에 직면한 삼성이 28일 사실상의 '그룹 해체'라고 할 수 있는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이 같은 삼성의 쇄신 움직임은 삼성이 그동안 재계를 선도해왔다는 측면에서 다른 재벌그룹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삼성은 쇄신안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을 공식 해체하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59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한 미전실은 5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총수 직속 조직인 미전실은 1998년 구조조정본부, 2006년 전략기획실, 2010년 현재의 미전실로 이름을 바꿔가며 그룹의 통할 조직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계열사들의 현안을 직접 챙기고 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해 '임원 승진을 위한 필수코스'로 여겨졌지만, 대외 로비와 총수 일가의 승계 지원 등의 업무로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전실을) 없애겠다"고 직접 약속한 바 있다.

또 계열사를 총괄하는 선단식 경영을 해온 삼성이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를 표방함에 따라 이제는 '삼성그룹'이란 이름도 더이상 쓸 수 없게 됐다.

삼성은 미전실의 기능은 모두 계열사로 이관하되, 대관 조직을 폐지하고 관련 업무도 손을 떼기로 했다. 총수 구속을 초래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정 기준 이상의 외부 출연금과 기부금에 대해선 반드시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후 집행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삼성그룹의 2, 3인자로 통하던 미전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은 이날 사임하고 회사를 떠났다.

김종중 전략팀장(사장), 정현호 인사팀장(〃), 성열우 법무팀장(〃), 임영빈 금융일류화팀장(부사장), 박학규 진단팀장(〃), 이수형 기획팀장(〃),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 등 7명의 미전실 팀장도 사임했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승마협회장) 역시 삼성전자와 승마협회에서 모두 물러나고 승마협회에 파견된 임직원들 역시 소속사로 복귀한다. 이들 10명의 사표 수리는 3월 1일 자로 이뤄진다. 미전실 소속 임직원 250여명은 3월 1일자로 원소속사나 다른 계열사로 배치된다.

앞으로 삼성은 3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032830], 삼성물산[028260]을 중심축으로 유관 계열사들이 함께 주요 사안을 조정하는 방식의 자율경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권한이 계열사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미전실이 주도했던 그룹 사장단 회의와 연말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간부 승격자 교육, 신입사원 연수 등의 행사도 모두 없어진다.

그룹 신입사원 공채는 올해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계열사별 공채로 전환된다.

이날 쇄신안에는 1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계획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발표에서는 빠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2008년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를 실명전환한 후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돈에 대해 사회환원을 약속했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그 돈은 이 회장의 재산이어서 지금 당장 처분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조금 시간이 걸린다"며 "하지만,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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