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8중추돌 후 '실신했다'던 택시기사…졸음운전 시인

입력 2017-03-01 08:00
사망사고·8중추돌 후 '실신했다'던 택시기사…졸음운전 시인

경찰 "뇌 질환 치료약 10년간 복용했다는 진술도 거짓말"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사망·다중 추돌사고를 내고 운전 중 의식을 잃었다고 주장한 택시기사가 진술을 번복하고 졸음운전을 시인했다.

이 사건을 조사하는 광주 서부경찰서는 택시기사 전모(32)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전씨는 지난 1월 10일 낮 12시 9분께 광주 서구 농성동 편도 5차로 가장자리에서 폐지수집용 수레를 끌고 걸어가던 이모(72·여)씨를 차로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다.

전씨가 몰던 빈 택시는 이씨를 친 뒤에도 수십m를 빠르게 돌진해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 8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옆으로 넘어진 뒤에야 멈춰 섰다.

전씨는 사고 충격으로 허리 골절상 등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기초 조사를 위해 찾아온 경찰에게 "운전 중 갑자기 혼절했다"고 주장했지만,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진행한 추가 조사에서는 "졸음운전을 한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 알려진 내용과 달리 전씨가 뇌질환 치료약을 복용한 시기는 비교적 최근인 것으로 확인했다.

전씨는 경찰에 10여 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뇌출혈 수술을 받은 뒤로 약을 먹었다고 진술했으나 2014년 이전 의료기록을 제출하지 않았다.

경찰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기록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전씨가 뇌질환 치료약 복용을 시작한 때는 2015년 2월 광주 남구에서 도로 경계석과 충돌한 단독사고 이후다.

경찰은 전씨의 택시운행 내역도 주목했다.

영업용 택시를 모는 전씨는 사고 직전에 4일 연속으로 동료와 운행시간을 조정해 오전 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가 지정한 전씨의 근무시간은 오전 4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그는 사고 당일에도 오전 1시부터 운전대를 잡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입원치료 중인 전씨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을 정하는 데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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