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삼성 컨트롤타워 역사속으로…미전실 두번째 해체(종합)
비서실서 출발 58년간 명맥…'관리의 삼성' 핵심 조직
삼성신화 주역·불법 주도 '상반된 평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성은 28일 미전실 해체를 핵심으로 하는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미전실 해체를 공언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총수 직속 조직인 미전실은 '관리의 삼성'을 만든 주축이었다.
1959년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 구조조정본부(구조본),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꿔가며 58년간 명맥을 유지해왔다.
초창기 20명으로 출발한 비서실은 1970년대 송세창·소병해 씨가 실장을 맡으면서 그룹 핵심 조직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삼성전관(현 삼성SDI), 삼성코닝, 삼성중공업, 삼성전자, 호텔신라 등을 설립하거나 인수해 그룹의 성장을 이끈 것도 비서실이었다. 비서실장인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주창한 '신경영선언'의 실무를 담당했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비서실은 구조본으로 이름으로 바꿨다. 이건희 회장의 '복심'으로 통했던 이학수 전 삼성전자 고문이 이끄는 구조본은 계열사의 강력한 구조조정과 삼성자동차 매각 등을 주도했다.
2006년 이른바 'X파일'이 터졌다. 불법 정치자금 조성과 증여가 드러나자 삼성은 구조본을 축소했고 이후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꿨다.
2008년에는 '삼성특검' 수사로 수조 원대의 차명계좌 운용 등 불법 행위가 드러나자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전략기획실도 해체 운명을 맞았다. 각종 의혹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이학수 고문도 이때 물러난다.
간판은 없었지만 전략기획실의 역할은 막후에서 계속됐다. 2010년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그룹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면서 미전실로 명패를 교체했다.
'이학수 사단'으로 불리던 이들이 물러나고 삼성SDI 출신 김순택 부회장이 수장을 맡았다. 전열을 정비한 삼성은 애플을 따라잡고 스마트폰 세계 1위에 올랐다.
2012년 이 회장은 '제2의 신경영'을 주문하며 최지성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을 미전실장에 임명했다.
최 실장은 빠른 의사 결정과 공격적인 경영으로 TV, 스마트폰 사업을 세계 1위로 견인하는 등 삼성의 간판 CEO였다.
'이재용의 가정교사'로도 알려진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제 해체된 미전실은 전략·기획·인사지원·법무·커뮤니케이션·경영진단·금융일류화지원 등 7개 팀으로 이뤄졌었다.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임직원 250여 명이 근무했다.
특히 대외협력, 대관 등의 기능을 담당한 미전실의 정보력은 정부당국을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 등 관계기관을 통해 국내에 전해진 북한 관련 주요 정보의 상당수가 삼성의 해외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입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전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삼성 성공신화의 주역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법적 실체가 없는 조직으로, 총수를 위한 각종 불법행위를 주도했다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삼성은 '성공의 삼각축'으로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미전실의 기획, 전문경영인의 실행을 꼽는다.
미전실이 모든 정보를 보고받아 치밀한 기획안을 마련한 다음 총수의 지시를 받아 각 계열사에서 일사불란하게 집행하는 시스템이 삼성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였던 삼성에 강점이 있는 모델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미전실은 전 계열사의 인수합병(M&A)과 경영계획의 수립과 집행, 인사와 감사 등 그룹 계열사의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주회사가 없는 상황에서 계열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림으로써 사령탑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반면 '실체 없는' 조직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삼성그룹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아닌 미전실에서 이뤄진다"며 "미전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고, 많은 경우 무리한 판단을 하고 불법행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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