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아이와 함께 한 46년…'풀꽃' 시인 나태주 시집 '틀렸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시인 나태주(72)가 새 시집 '틀렸다'(지혜)를 냈다. 1971년 등단한 이래 서른여덟 번째 시집이다.
2012년 '풀꽃'이 광화문 한복판에 내걸리기 전에도 40년 넘도록 남들보다 훨씬 부지런하게 시를 쓰고 엮어왔다는 얘기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풀꽃' 전문)
'시인의 말'은 꾸준한 시작(詩作)의 동력을 짐작게 한다. "아이야, 고마워./ 내 마음속에 네가 살고 있어서/ 나는 쉬지 않고 숨을 쉴 수 있고/ 또 시를 쓸 수도 있단다." ('시인의 말') 시인은 마음 속 아이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빌린다. 그러나 때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의 시선은 서정의 시심을 제공할지언정 이 복잡한 세상을 사는 데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두리번거리다가/ 한 발 늦고// 망설이다가/ 한 발 늦고// 구름 보고 웃다가/ 꽃을 보며 좋아서// 날 저물어서야/ 울먹인 아이// 빈손으로 혼자서/ 돌아온 아이." ('시인' 전문)
틀렸다고 손가락질 받고 남들에게 뒤쳐지더라도 아이의 마음을 간직할 것인가, 동심을 버리고 세상에 백기를 들 것인가. 칠순 넘어 돌아본 선택은 옳은 것이었다.
"내 좋은 일, 내 기쁜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고르고 골라/ 하루나 한 시간, 순간순간을 살아보라/ 어느새 나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기쁜 사람이 되고/ 스스로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다/ 틀린 것은 처음부터 틀린 일이 아니었다/ 틀린 것이 옳은 것이었고 좋은 것이었다." ('틀렸다' 부분)
스스로 밝힌 시인론이 눈에 띄지만, 나태주 시의 매력은 무엇보다 간결하고 쉬운 언어로 그려낸 서정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사랑시일수록 더욱 짧고 강렬하다.
"너는 나의 사랑을/ 알지 못한다// 그 사랑을 나는 이제/ 너한테 들키고 싶다." ('눈빛' 전문)
"맑고 깨끗하게// 커다란 눈/ 눈물 그렁그렁// 그 눈 안에 하늘/ 그 눈 안에 호수// 그리고 나." ('사랑' 전문)
"하늘의 꽃처럼/ 땅 위의 별처럼// 내게는 바로 너/ 가슴속의 시." ('너' 전문)
178쪽. 1만원.
시인은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는 짧은 글과 시구들을 모은 책 '기죽지 말고 살아봐'(푸른길)도 함께 펴냈다. 어릴 적부터 고단한 시절을 이겨내도록 도왔던 명시와 금언들에 감상과 조언을 덧붙였다.
"날마다 나의 소망은 욕 안 얻어먹기와 밥 안 얻어먹기. 이 두 가지만 제대로 잘해 나가도 나의 삶은 괜찮은 삶이 될 것이라 여기며 산다."
272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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