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교 '노예 매매' 떠올리는 연례 기금 모금 행사 중단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의 한 고등학교가 흑인 노예 매매를 떠올리게 한다는 학생의 청원을 받아들여 연례 기금 모금 행사를 앞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27일(현지시간) 새크라멘토 비, AP 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 있는 존 F.케네디 고교는 졸업반 학생들의 기금 마련 경매를 올해를 끝으로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학교 졸업반 학생들은 10년 전부터 댄스파티 경비를 충당하고자 인신 경매로 기금을 마련해왔다.
가령 동급생 또는 후배들에게서 20달러를 받은 졸업반 학생은 이들의 요구에 따라 가방을 온종일 들어주거나 큰 소리로 책을 읽는 따위의 임무를 수행한다.
올해 졸업반 흑인 여학생인 라마리 존슨이 '흑인 역사의 달'인 2월에 정식으로 이 경매를 문제 삼고 폐지를 요청하는 온라인 청원에 나섰다.
사람을 돈을 주고 사는 행위 자체가 과거 흑인 노예 매매와 다를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존슨은 "우리 조상들은 자유를 위해, 노예로 팔려가 가족과 분리되지 않기 위해 싸웠다"면서 "인간을 경매에 부치는 건 여러모로 잘못된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재산이나 물건이 아니며 다른 사람에게 값을 매기는 건 잘못됐다"면서 "학생들은 존경과 가치를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존슨의 청원에 이날 오전 현재 170명이 서명했다.
학교 측은 존슨의 요청을 받아들여 내년부터 이 행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존슨을 괴롭히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존슨은 "단순히 인종의 문제가 아니며 인신 경매라는 전반적인 개념이 잘못된 것"이라며 일부 학생들의 인식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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