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으로 성전환중인 레슬러가 여자부에서 우승…미국서 논란

입력 2017-02-28 01:30
남성으로 성전환중인 레슬러가 여자부에서 우승…미국서 논란

본인은 남자부 출전 원하지만 규정에 막혀 여자부 출전

성전환자 화장실 사용권에 이어 '논란 2라운드'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성전환자의 화장실 이용을 놓고 미국이 논란에 쌓인 가운데 이번에는 남자로 성전환 중인 레슬링 선수가 여자경기에 출전해 시비가 확산하고 있다.

이 선수가 무적을 자랑하며 우승까지 차지하자 이 선수의 여자경기 출전을 금지해 달라는 소송까지 제기됐다.

텍사스 주 포트워스 인근 트리니티 고등학교의 2학년인 맥 베그스(17)는 25일(현지시간) 텍사스 주 레슬링선수권대회 110파운드(약 50㎏)급 여자부에 출전해 우승했다.

여성으로 태어난 그는 의사 처방에 따라 남성호르몬을 복용하는 등 남성으로 전환해 가는 중이다.

그는 이번 시즌에 대결한 56명의 여성 레슬러와의 대결에서 모두 승리해 '무적'을 기록했다.

이렇게 되자 베그스와 같은 체급에 출전하는 여고생 레슬러와 이들의 부모들은 좌절감을 느끼는 한편 반발하고 있다.

한 여고생 레슬러의 부모는 베그스의 여자경기 출전을 금지해 달라는 소송까지 제기했다. 베그스가 복용하는 테스토스테론이 근력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이유에서다.

베그스도 여자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남자경기에서 남고생과 겨루고 싶지만 규정상 여자경기에만 나갈 수 있다.

지난해 8월 텍사스 주의 공립학교 스포츠를 관장하는 기구인 '유니버시티 인터스콜라스틱 리그'(University Interscholastic League)가 통과시킨 규정에는 고등학교 학생은 출생신고서에 표기된 성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은 이 리그에 속한 학교의 감독관 95%로부터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베그스의 테스토스테론 복용도 의료용으로 처방전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베그스를 둘러싼 논란은 성전환자의 화장실 이용을 놓고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성전환 학생이 정의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정부 지침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각 주와 학군은 성전환자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 원래 성에 따를지, 아니면 성 정체성에 따를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지만 성전환자를 보호하는 데서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텍사스 주에서는 성 정체성에 근거하지 않고 태어날 때의 성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이 논란을 일으켰으며, 미국 프로농구(NBA)는 이에 반발해 올스타게임을 다른 주로 옮겼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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