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부회장 "LG폰, 혁신하되 혁신의 폭은 좁게"

입력 2017-02-28 06:00
수정 2017-02-28 06:46
조성진 부회장 "LG폰, 혁신하되 혁신의 폭은 좁게"

경쟁 스마트폰 10여개 뜯어보며 '열공'…"G6 승산있다" 자신

"모바일, 가전보다 터프한 시장이지만 실패 않겠다"

(바르셀로나=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스마트폰 브랜드를 만들려면 반드시 혁신이 필요하다"면서도 "큰 폭의 불필요한 혁신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LG 스마트폰은 결과적으로 소수 마니아를 위한 니치 마켓(틈새시장)을 공략했다"고 반성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부회장은 "이제 스마트폰 산업은 상당히 성숙해서 이렇다 할 혁신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안전성이나 품질 같은 스마트폰 본연의 가치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 크지 않은 혁신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거나 억지로 뭔가를 끼워 넣어 문제를 만들기보다는 가급적 많은 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요소를 제품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아날로그 느낌을 준다며 소가죽을 뒷면에 덧댄 G4, 누구보다 먼저 모듈 디자인을 감행한 G5 등 실패한 자사 G 시리즈뿐 아니라 배터리 발화로 단종에 이른 경쟁사 주력 제품까지 염두에 둔 듯했다.

조 부회장은 생활 가전 사업에서 입지전적인 길을 걸어온 최고경영자답게 모바일 혁신을 냉장고와 비교해 흥미를 끌었다.

그는 "3년 전까지만 해도 냉장고 용량 싸움이 심했다"며 "경쟁사가 900ℓ짜리를 내면 우리가 1천ℓ짜리로 응수하는 식이었으나, 소비자 입장에선 손도 닿지 않는 곳에 작년 추석에 먹은 음식까지 넣어놓는 것 말고 효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의미 없는 혁신을 피하겠다는 얘기다.



조 부회장은 이어 LG 스마트폰이 지향할 혁신의 토대로 플랫폼, 모듈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조 부회장은 "여러 가지 플랫폼을 조금씩 계속 내놓기보다 제대로 된 플랫폼을 한꺼번에 많이 생산하고, 부품을 공유, 모듈화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며 "가전 사업에서 유용하게 활용했던 혁신의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조 부회장은 "모바일은 세탁기, 냉장고와 달리 출시 초반 흥행성에 의해 좌우돼 훨씬 터프한 시장"이라며 "그래도 MWC 전시관을 둘러보며, G6가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LG전자는 이미 스마트폰 실적 개선을 태동했다고 봐야 한다"며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 부회장은 "지난 3개월 동안 모바일 사업에 50% 정도의 시간을 할애했다"며 "사무실에 경쟁사 스마트폰 30여 대를 가져다 놓고 이 중 10여 대를 직접 뜯어보면서 모바일을 공부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 부회장은 귀국에 앞서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건너가 이틀 동안 유럽 내 전반적인 LG전자의 사업을 논의할 계획이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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