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주도 北보위성 '무소불위'…해외테러엔 '초보'

입력 2017-02-27 18:33
수정 2017-02-27 18:54
김정남 암살 주도 北보위성 '무소불위'…해외테러엔 '초보'

南 국정원급 해당…金 암살에 2국 반탐요원들 투입된듯

장성택 처형 주도…남파간첩 원정화도 보위성 소속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국가정보원이 27일 국회에 김정남 암살사건 용의자 8명 가운데 4명이 북한 국가보위성 출신이라고 밝힘에 따라 사실상 이번 사건을 주도한 보위성의 실체와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용의자 8명 가운데 4명이 보위성 출신이고, 실제 행동으로 옮긴 두 사람은 외무성 소속"이라고 밝혔다고 이철우 정보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측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앞서 우리 정보 당국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한 현광성 2등 서기관이 원래 보위성 소속이면서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 파견되면서 김정남 암살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해왔다.

보위성은 원래 체제 보위를 위해 주민의 사상적 동향을 감시하고 '반혁명분자'를 색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북한의 주요 권력기관이다. 우리의 국정원쯤에 해당한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김씨 일가를 제외하고는 누구든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까지 제거 대상으로 삼았다. 한때 '2인자'로 군림했던 장성택의 처형도 보위성이 주도했다는 게 정설이다.

보위성은 1972년까지는 사회안전부(현 인민보안성) 내 정치보위국으로 있다가 이듬해 국가정치보위부라는 명칭의 독립기관으로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6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지금의 국가보위성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으며, 현재 연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이 지난 2012년부터 보위부장(현 보위상)을 맡아왔다.

주로 북한 내부에서 주민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게 주 업무지만 가끔 '외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2008년 탈북자로 위장한 여간첩으로 알려진 원정화도 보위성(당시 보위부) 소속이었다.

이번 사건에 투입된 요원들은 보위성 조직 가운데서도 해외 간첩을 체포하는 역할을 하는 해외반탐 소속인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 권력기관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망명한 한 고위급 탈북민은 "해외반탐 업무를 전담하는 보위성 2국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도 최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남자 2명, 여자 3명으로 구성된 국가보위성 해외반탐국 소속 요원들이 신의주를 통해 출국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면서 "(제보자는) 정황 등으로 미뤄볼 때 김정남 독살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들이 김정남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수십 번, 수백 번 (암살) 예행연습을 했을 것"이라면서 "중국에서 불가능하니 제3의 장소인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북한에서 원래 해외 테러를 담당하는 곳은 정찰총국이다. 해외 테러 경험이 없는 보위성이 단독으로 테러를 감행하기에는 부담스러워 외국 사정을 잘 아는 외무성을 끌어들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살해 용의자 한 명이 범행 이틀 후 공항에 다시 나타나 붙잡히는 등 어설픈 점이 많았다"며 "보위성이 첫 작품을 벌이다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anfou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