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서 '개' 사라질까…"변화 동참"vs"보상 없어"
개 보관·도살시설 자진철거 시작…반발 상인 설득 과제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전국 최대 개고기 유통시장인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개 판매장 자진정비 작업이 27일 시작됐다.
상인들 스스로 점포 앞에서 설치한 개 보관 우리와 내부 도축시설을 철거하는 작업이다.
이날 자진정비 착수를 계기로 성남 모란시장에서 '식육견' 유통이 사라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란오일장이 열리던 주차장 옆에는 22개 점포가 줄이어 늘어서 있다.
1960년대 모란시장 형성을 전후해 들어서기 시작한 이들 점포에는 점포당 개 보관장 2∼3개, 도축시설 1개를 갖추고 살아 있는 개와 도축한 개고기, 염소와 닭 등을 판매해왔다.
2000년대 초 한때 54곳으로 불어날 정도로 성업했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과 음식문화 변화로 점포 수도 줄었다.
그래도 하루 평균 220여 마리, 한 해 8만 마리의 식용견이 거래되는 전국 최대 규모 가축시장이다.
그동안 모란시장은 개 보관 철제 우리(케이지)와 도살로 혐오 이미지에 소음과 악취 민원이 반복되고 복날이면 동물보호단체의 단골 집회 장소가 되면서 개고기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렇다고 행정력을 투입할 수 없었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시행령에 개는 가축의 범위에 포함하지 않아 상인들의 영업 행위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성남시는 지난해 7월부터 모란시장 환경정비를 위해 11개 부서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매주 한 차례 이상 협의를 진행해 지난해 12월 13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자진정비는 협약에 따른 첫 후속 조치다.
하지만 이번 정비 착수로 모란시장 식육견 판매가 당장 종식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정비 대상은 '살아 있는 개' 보관시설과 도축시설이다. 자진정비에 나선 업소들을 중심으로 업종 전환과 전업 이전이 진행되겠지만, 개고기 판매는 앞으로도 이뤄진다.
일부 업소 상인들은 이날 철거현장에 방문해 항의하는 등 반발도 거세다.
새로 구성된 모란시장축산연대회는 "다른 곳으로 수평 이동해 영업할 수 있게 대체부지를 제공하고 영업손실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알고 동물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겠지만, 보상 대책 없는 일방적 철거 요구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6곳이 반대한다"고 맞서고 있다.
반면, 모란가축상인회는 "약속(성남시와의 협약) 이행의 출발점이자 시대 변화에 대한 동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용북 모란가축상인회장은 "안타까운 것은 동참하기로 했던 22개 점포 가운데 7곳이 동참하지 않았다"며 "나머지 점포들도 조속한 시일 내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개 진열판매와 도살시설 철거를 요구해온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극렬히 반대하는 상인들에 맞서 성남시와 전향적 상인들이 힘을 합쳐 획기적인 동물보호의 전기가 될 난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게 적극적인 지지를 표한다"며 "반려동물인 개가 더 이상 먹거리로 잔인하게 희생되는 일이 없는 그 날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선주자로 호남을 방문 중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며 "전국 최대 개시장이 있었던 모란가축시장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이번 정비작업에 응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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