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대만판 역사바로세우기'…'장제스 흔적 지우기'
민진당 정부, 학살 70주년 맞아 중정기념당 용도변경 추진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대만판 '역사 바로세우기'가 다시 본격 추진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장제스(蔣介石·1887∼1975) 전 총통을 기리는 중정(中正)기념당의 용도 변경을 추진키로 27일 결정했다.
대만 문화부는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에 의한 원주민 학살사건인 2·28 사건 70주년에 맞춰 중정기념당에서 장제스와 관련된 모든 흔적을 지우는 것을 뼈대로 하는 용도 변경안을 마련 중이라고 대만 연합보 등이 보도했다.
중정기념당은 초대 총통인 장제스를 기념하기 위해 1980년 타이베이 시내 중산남로에 건립한 기념관이며 관광지로도 각광받는 곳이다.
지난 2000년 국민당 측의 '만년 집권'을 무너뜨린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시절 '대만 민주기념관'으로 바뀌었으나 2008년 재집권한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원상복구시킨 상태였다.
다만 중정기념당 앞 광장의 현판은 지난 2007년 '대중지정'(大中至正)에서 '자유광장'으로 바뀐 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
정리쥔(鄭麗君) 대만 문화부장은 지난 10일 전문가들을 초빙해 중정기념당의 용도를 바꾸기 위한 자문팀을 꾸렸다면서 앞으로 중정기념당 활용방안과 관련, 도시계획, 사회 의견수렴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부는 또 기념관 내 장제스를 상징하는 로고는 물론 장제스가 생전 사용한 물품 전시나 인물 안내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당 내 존재하는 장제스 관련 모든 흔적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정기념당 기념품 매장에서는 이미 장제스를 상징하는 모형인형,문구류, 공예품 등이 판매 중지됐고 기념관 내에서 흘러나오던 '장공(蔣公) 기념가' 등 장제스 추모가의 방송도 중단됐다.
하지만 관광객용 볼거리로 알려진 의장대 행사를 지속할지와 중정기념당의 차후 용도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중정기념당은 대만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지난해 선거에서 승리하며 정권 탈환에 성공한 뒤 탈(脫) 장제스 정책을 추진하면서 줄곧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특히 올해는 중국 대륙에서 공산당에 쫓겨 일본군이 물러난 대만으로 진입한 장제스 정권이 원주민 시위를 유혈 진압, 2만8천명을 학살한 2·28 사건 70주년과 계엄령 해제 30주년이어서 탈(脫)장제스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2·28 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책임을 다함으로써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것이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정부의 입장이다.
차이 총통은 "부인할 수 없는 비극적 역사를 은폐해서는 안 된다"며 "진상은 끝없이 규명돼야 하고 정의의 추구도 끝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정기념당의 명칭을 천수이볜 시절의 '민주기념당'으로 회귀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 청사나 인문, 예술 전시를 위한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장징린(張景森) 행정원 정무위원(차관급)은 "독재의 상징을 기념하던 곳에서 민주의 상징인 입법원(국회)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당 주석 경선에 나선 하오룽빈(<赤+우부방>龍斌) 전 타이베이 시장은 "타이베이의 랜드마크이자 시민 휴식공간인 중정기념당은 2007년 국가문화재로 지정돼 있다"며 "현 정부의 용도변경 추진은 범법 행위"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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