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섬유화' 치료 후보물질, 국내 자생 쑥에서 찾았다"

입력 2017-02-28 06:13
"'폐섬유화' 치료 후보물질, 국내 자생 쑥에서 찾았다"

국내 바이오기업 논문·특허출원…"동물실험서 약효 확인"

가습기 살균제 유발 폐섬유화증 치료 가능성 제시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특발성 폐섬유화증'(IPF)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섬유화로 폐가 점차 딱딱해지고 기능이 떨어져 결국에는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다. 아직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3%에 불과하다.

신약 연구·개발기업인 오스티오뉴로젠(대표 윤병수)은 국내 자생식물인 쑥에서 특발성 폐섬유화증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 3개를 동시에 발굴, '섬유화 치료용 약제학적 조성물'로 국내외에 특허를 출원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를 담은 논문은 미국 콜드스프링하버(Cold Spring Harbor) 연구소가 발행하는 온라인 저널(bioRxiv) 최신호에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폐섬유화를 유발하는 독성물질인 블레오마이신(bleomycin)을 이용해 쥐의 폐에 섬유화를 일으킨 뒤 1주일이 지나 'ONG2'로 명명한 치료물질을 투여했다. ONG2는 국내에 자생하는 쑥에 들어있는 유효 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결과 ONG2를 투여한 쥐의 폐는 섬유화가 억제됐을 뿐 아니라 이미 섬유화된 폐 세포도 다시 정상 세포로 회복됐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ONG2는 간(肝) 세포 실험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관찰됐다.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로 간에 섬유화를 일으킨 뒤 '섬유아세포주'(섬유화 과정에 핵심역할을 하는 세포)에 ONG2를 처리하자 하루 만에 폐섬유화 실험과 비슷한 정도의 억제 및 정상화 효과가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윤병수 대표는 "동물과 섬유아세포주 실험에서 확인된 항섬유화 효과는 이미 장기가 딱딱하게 굳어 회생이 어려운 특발성 폐섬유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결과"라며 "이런 효과에 관여하는 103개의 유전자도 새롭게 찾아내고 대량 합성기술도 갖춘 만큼 향후 간경화 및 신장섬유화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로도 개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스티오뉴로젠은 이 물질을 항섬유화증 치료제로 상용화한다는 계획에 따라 인도의 임상시험수탁기관인 신진(SYNGENE)사를 통해 오는 4월 이후 대규모 전임상 시험(동물실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글로벌 바이오기업과 협업을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연구에 참여한 이상호 고신의대 외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성과로 본다면 폐와 간, 신장 등의 섬유화에 따른 장기이식을 피할 수 있는 신약으로서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악성화를 막는 데도 활용이 가능해 보인다"면서 "향후 여러 종류의 항암요법과 함께 사용한다면 치료에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