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후손이 직접 약탈 예술품 폴란드에 반환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2차 대전 기간 독일군이 폴란드에서 훔친 예술품이 나치 점령군 후손에 의해 폴란드 측에 반환됐다고 일간 가디언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치 점령군의 후손이 약탈한 예술품을 원소유국에 반환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다른 '후손'들도 보관 중인 약탈 예술품들을 본래 소유주에 반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날 폴란드 측에 반환된 약탈 예술품은 2차 대전 당시 폴란드 크라쿠프에 있는 포토츠키궁(宮)에 소장돼 있던 것으로 포토츠키궁을 점령군 사령부로 사용한 독일군 측이 훔쳐간 것들이다.
당시 크라쿠프 지역 점령군 총독으로 부임한 나치 친위대 그루펜퓌러 오토 베흐터 장군의 부인이 내부 장식을 이유로 소장 예술품들을 대거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베흐터 총독 부인은 당시 포토츠키궁에서 유명한 그림과 골동 가구 등을 훔쳐 나중 오스트리아의 자택으로 가져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폴란드 측에 반환된 예술품은 포토츠키궁을 그린 그림과 17세기 폴란드 지도, 르네상스 시기 크라쿠프 판화 등 3점이다. 베흐터 총독의 아들인 호르스트 베흐터(78)가 반환 의사를 밝혀 26일 본래 소유주인 포토츠키가(家)로 돌아갔다.
이날 반환식에 참석한 폴란드 출신의 리샤르트 차르네키 유럽의회 부의장은 "나치 점령군 후손이 자발적으로 약탈 예술품을 폴란드에 반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흐터 총독은 1940년 크라쿠프로부터 6만8천 명의 유대인을 추방하고 다음 해에는 1만5천 명의 유대 주민에 제한거주지역(게토)을 설정하는 등 나치 학살의 주역 가운데 1인으로 악명이 높다.
그는 폴란드에 이어 1942년에는 우크라이나 지역의 총독으로 부임해 역시 유대인 학살에 관여했다.
따라서 그의 6자녀중 4째인 베흐터가 예술품 반환 의사를 밝히고 폴란드 측과 접촉에 나섰으나 폴란드측은 처음에는 나치 학살 주범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접촉을 꺼렸다.
결국 폴란드 역사학자이자 정치인인 막달레나 오고렉의 중재로 예술품 반환이 성사됐다.
2차 대전 기간 폴란드를 점령한 나치 독일군과 소련군에 의해 약 50만 점의 예술품이 도난당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부 약탈 예술품들이 당시 점령나치군 후손들에 의해 경매시장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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