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병원 안에 '평화의 소녀상' 섰다…개인 건립으론 처음

입력 2017-02-27 15:54
수정 2017-02-28 00:06
김해 병원 안에 '평화의 소녀상' 섰다…개인 건립으론 처음

정태기 원장 "아픈 역사 잊지 말았으면"…변재봉 작가도 재능기부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제98주년 3·1절을 이틀 앞둔 27일 경남 김해시 서울이비인후과의원 안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전국에는 현재 소녀상 60여 곳이 건립돼 있지만 모두 실외에 있다. 실내에 소녀상이 선 것은 처음이다.

소녀상은 이 병원 정태기(57) 원장이 전액 사비를 내 건립했다.

건립 주체가 단체가 아닌 개인인 경우도 처음이다.

정태기 원장과 병원 직원, 소녀상을 제작한 변재봉 작가, 시민 등 30여명은 이날 병원 내에서 간단한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소녀상은 단발머리 소녀가 한복을 입고 전신상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다.

소녀는 앉은 모습이지만 정작 의자가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점을 상징화했다.

소녀는 오른손을 꽉 쥐고, 왼손은 펴고 있다. 꽉 쥔 손은 분노를, 편 손은 용서와 화해를 의미한다.

변 작가는 "일제 강점기 우리 땅에서 강요된 '위안부'라는 쓰디 쓴 역사를 기억하고자 만들었다"며 "일본 정부의 통절한 반성과 사죄만이 위안부 소녀들의 분노가 용서와 화해로 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녀상 바닥에는 일본군 군화 발자국이 곳곳에 찍혀 있다.

일본군에 끌려가 성노예로 인권을 유린 당한 흔적을 담았다.

소녀상 건립비 1천300만원은 전액 정 원장이 냈다.

건립비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4천만∼5천만원이 들지만, 소녀상을 만든 변 작가도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정 원장의 소녀상 건립 소식이 알려지면서 "뜻을 함께하고 싶다"는 시민 등으로부터 성금도 모였다.

지인과 시민 등이 지금까지 낸 성금은 모두 200여만원이다.

정 원장은 앞으로 2∼3주가량 성금을 더 모아 모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는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날 병원을 찾은 이들도 실내에 처음으로 들어선 소녀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휴대전화에 담기도 했다.

어머니와 병원을 찾은 오영운(16) 군은 "학교에서 배웠던 위안부 피해자와 평화의 소녀상을 병원에서 보고 다시는 이런 역사가 없어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평화의 소녀상이 힘이 없었던 나라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역사의 상징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hoi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