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테러범 잡는 터미네이터 로봇 개발한다"
집권당 각료 주장…국가기밀 누설·현실가능성 논란도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의 테러 지도자들을 은신처에서 찾아내 암살하는 터미네이터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는 현직 각료의 발언을 놓고 실현 가능성 논란이 일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소속의 아유브 카라 무임소 장관은 지난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다음 전쟁은 로봇이 수행하는 전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기 위해 레바논에 로봇을 보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며 "로봇들이 쥐를 추적, 은신처에서 찾아내 박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 포스트와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들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군의 추적을 피해 수년째 잠행하고 있다.
카라 장관은 같은 날 남부 도시 베르셰바에서 열린 문화행사에 참석, "나스랄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뇌들을 제거할 로봇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군인들을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고 터미네이터 로봇이 적지에 들어가 이스라엘을 노리는 테러단체 지도자들을 암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공상과학 소설과 혼동하는 것 아니냐", "이스라엘이 현재 그런 기술을 갖추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스라엘의 최첨단 미사일 방어체계인 아이언돔을 가리키며 "5~10년 전에 아이언돔이 등장할 것이라고 누가 믿었겠냐"고 반문했다. 이스라엘군이 실전 배치한 드론과 아이언돔을 예로 들어 당장은 불가능해 보이는 군사기술도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카라 장관은 로봇 병사들이 테러단체 지도자들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하마스가 파놓은 공격용 터널로 진입해 "땅속의 쥐들을 추적해 제거할 수 있고 그들을 제거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쥐는 물론 하마스 대원들을 칭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또 로봇은 스스로 파괴하지 않으면 사람이 파괴할 수 없도록 '특수재료'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카라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현실성 논란을 일으키고 국가기밀을 누설한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자 이스라엘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기밀을 누설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이미 알려진 프로젝트라며 "안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민간 회사들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로봇은 몸집이 파리만큼 작고 조만간 가동되기 시작할 것이라도 했다.
카라 장관은 예루살렘 포스트에 로봇 기술이 개발 완료돼 운영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내 생각엔 3년이면 그 결과를 볼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카라 장관이 지난해 강진이 발생한 이탈리아를 방문, 이탈리아가 유엔에서 반(反) 이스라엘 조치를 취해 "신이 내린 벌"이라고 말했다가 거센 비난을 사는 등 문제성 발언으로 종종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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