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 논란에 인터넷 전문은행 불안한 출범
국회 통과 불투명…법 개정 안되면 자본확충 어려워 영업에 지장
야당 "저축은행으로도 영업 가능…은산분리 반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인 K뱅크가 이달 중 정식 영업을 시작하지만, 제도적 조건은 아직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법안 개정이 1년 넘게 국회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1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현행 은행법에서는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에는 이를 완화해 기업들도 인터넷은행 주식의 34∼50%까지 보유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의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해 KT나(K뱅크) 카카오(카카오뱅크)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일부 야당의원들이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고 있어 법안 개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면 인터넷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지난달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은행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이 일부 기업에 특혜를 몰아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해영 의원도 "점포 유지비나 인건비를 아껴서 중금리 대출을 해준다면 아주 적은 인력만 고용해 고용 창출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야당의원들은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의 민병두 의원은 이날 공청회 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주주에 대한 대출을 금지하는 등 나름대로 감시 장치와 차단장치를 만들면 소비자 이익과 핀테크 산업발전 관점에서 은산분리를 부분 완화해도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은산분리 완화가 결국엔 허용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문제는 시간이다. 인터넷은행 측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국회는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달 출범하는 K뱅크는 법 개정 없이 영업을 시작하게 된 상황이다.
물론 현재의 은행법으로도 당분간은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법으로는 사실상 증자가 어렵다. 은산분리 완화가 늦어지면 자본 부족으로 대출 업무에 차질이 올 수 있다.
K뱅크는 현재 은행 설립을 위한 초기 자본금 2천500억원 중 절반 이상을 시스템 구축과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 상태다.
K뱅크는 올해에만 4천억원의 여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K뱅크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지키면서 목표대로 대출 영업을 하려면 올해 말이나 내년에는 2천억∼3천억원 규모의 증자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인터넷은행들은 4월 임시국회에서는 법안 개정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탄핵정국에 이어 상황에 따라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면 법안 개정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야당의원들 사이에서 인식 변화가 생긴 것은 희망적이라고 본다"며 "이른 시일 내 법이 개정돼 영업에 지장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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