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재회피' 北통신장비회사 글로콤 사무실은 가짜?
건물주 "북한사람 입주한 적 없어"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사건으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피해 말레이시아에서 암약해온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군사용 통신장비 업체 '글로콤'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옛 주소지에는 아무런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북한 정보기관 정찰총국(RGB)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글로콤 말레이시아의 주소는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살짝 벗어난 브릭필즈의 탐비 압둘라 도로변 건물이었다.
인도계 비중이 높아 쿠알라룸푸르의 '리틀 인디아'(Little India)로 불리는 브릭필즈의 남쪽 끝에 자리 잡은 글로콤의 주소지 건물은 그라운드층을 건물주인 우체국이 사용하고 2∼3층에는 작은 개인 사무실들이 입주해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글로콤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글로콤이 사무실 주소로 사용한 이 건물 2층에는 간판이나 명패를 찾아볼 수 없었고 초인종을 눌러도 대꾸하는 이가 없었다.
사무실로 향하는 건물 1층 현관의 우체통도 텅 비어 있었다.
이 건물과 바로 붙어있는 한 호텔 종업원은 "어제부터 기자들이 이곳에 찾아와 북한사람들 소식을 물었다"며 "여기서 일한 지 4년 가까이 됐지만, 북한사람들이 옆 건물에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건물 맞은편 인도 식당에서 일하는 한 인도계 남성도 "근처에서 북한사람을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다만, 건물 앞에는 정복을 입은 2명의 경찰관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북한의 위장회사 주소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취재진의 발길이 이어지자, 주민들이 신고해 출동했다는 게 경찰관의 전언이다.
건물주도 북한 업체가 이곳에 입주했던 적은 없다고 밝혀 글로콤이 주소를 허위로 기재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건물 소유주이자 관리주체인 인근 우체국 관계자는 "이 건물에 북한사람이나 북한 회사가 입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대북제재를 감사하는 유엔의 전문가 패널이 지난 24일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콤이 판매한 군사용 통신장비가 중국에서 아프리카 에리트레아로 운송되던 중 포착된 바 있다.
또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실제로 글로콤은 말레이에 개통된 홈페이지를 통해 군사, 준군사 조직을 위한 30여 개의 통신 체계를 판다고 광고해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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