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분할안 주총 통과…6개사 체제로
작년 두곳 이어 27일 4개 법인 분할…노조 강력 반대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현대중공업[009540]이 노조의 강력한 반대 속에 6개 독립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사실상 확정했다.
현대중공업은 27일 오전 울산시 한마음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를 현대중공업(조선·해양),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분사하는 내용의 분할계획서 승인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조선·해양플랜트·엔진 등 존속 사업부문은 변경 상장하고, 나머지 부문은 인적분할을 통해 3개 회사로 재상장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12월 서비스 부문(현대글로벌서비스)과 그린에너지 부문(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분할은 이미 마쳤기 때문에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6개사로 나뉘게 됐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분할 신설회사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도 가결됐다.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는 각각 김우찬 법무법인 동헌 대표변호사 등 3명, 손성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등 3명, 김영주 법무법인 세종 고문 등 3명을 각각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뽑았다.
6개사 중 현대로보틱스가 지주회사가 된다.
분할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3.4%,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넘겨받아 지주사 요건을 갖추게 된다.
이날 주총에서 사업분할 안건이 가결된 4개사는 오는 4월 독립법인으로 정식 출범하게 된다.
현대중공업 주식은 3월30일부터 5월9일까지 거래가 정지된다. 재상장되는 현대중공업 및 신설회사의 주식은 5월10일부터 거래가 가능하다.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과 심각한 '수주절벽'에 시달린 현대중공업은 비조선 사업부문 분사를 통해 위기 타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분리된 각 회사가 전문 영역에서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 고도화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회사 분할 시 순환출자구조 해소로 지배구조 투명성이 강화되고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점 등도 분사 이유로 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회사 분할이 완료되면 존속 현대중공업의 부채 비율은 100% 미만으로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사업분할은 장기화하고 있는 불황에서 각 사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라며 "각 회사를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만들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현대중공업이 추진하는 분사에 찬성하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ISS는 "기존 주주들의 의결권이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로 이관되는 13.4% 만큼 희석된다"면서도 "분할을 통해 현대미포조선[010620]이 현대중공업의 지분 8%를 보유하는 현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할 수 있어 지배구조 투명성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이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진 노조와 지역사회의 불안감을 어떻게 푸느냐가 큰 숙제다.
노조는 이번 분사가 고용 불안, 근로조건 저하, 노조 무력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기현 울산시장 등 지자체와 일부 주민들은 분사를 추진하면서 검토하고 있는 일부 사업장의 역외 이전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무소속 김종훈 국회의원(울산 동구) 등은 회사 분할의 진짜 의도가 '경영 효율화'가 아니라 대주주 지분율을 높여 지배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실제로 이날 주주총회 현장에서는 입장 문제 등을 놓고 한때 노사가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노사간 몸싸움이 심해지자 병력을 동원해 이를 막는 등 질서 유지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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