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네바·워싱턴서 동시 대북압박…김정남 암살 쟁점화

입력 2017-02-27 08:49
수정 2017-02-27 08:52
정부, 제네바·워싱턴서 동시 대북압박…김정남 암살 쟁점화

윤병세 외교,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연설…北 잔학성 강조

워싱턴서 한미일 6자 수석 회동…북핵 공동 대응방안 마련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사망 원인을 대량파괴무기(WMD)인 VX 신경작용제 중독으로 확인하면서 국제사회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정부가 제네바와 워싱턴에서 전방위 대북 압박에 나선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오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 기조 연설을 한다.

윤 장관은 연설에서 유례없이 심각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 논의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측면의 중요성과 우리의 기여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더불어 인권 유린에 대한 북한 정권의 '책임성'과 '면책 불가' 원칙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장관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독살 사건을 반인권적 범죄 차원에서 거론할 전망이다.

윤 장관은 인권이사회 연설에 이어 28일에는 제네바 군축회의 고위급 회기에도 참석해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을 적극 쟁점화해나갈 방침이다.

당초 이들 회의에는 안총기 외교부 2차관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김정남 암살에 'VX'가 사용된 것이 드러나면서 장관으로 참석자의 급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전날 제네바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 피살 사건은 국제법상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 행위로 국제사회가 크게 규탄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점을 인권이사회와 군축회의에서 조목조목 따지면서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 회의에 북한 측 인사도 참석해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 북측 수석대표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우리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같은 날 워싱턴DC에서 한·미·일 3국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한다.

이번 한미일 수석대표 협의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다.

회의에는 김 본부장,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등이 대표로 참석한다. 김 본부장은 윤 미국 대표와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

회동에서는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시험발사 등 계속되는 핵·미사일 개발 위협과 함께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부각된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김 본부장은 26일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김정남 독극물 피살 사건이 이번 협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며 "특히 말레이시아가 화학무기 VX를 사용해서 김정남을 죽였다는 것을 밝혔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다뤄나갈지, 앞으로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물론 최근 김정남 독살 사건과 관련된 김정은 정권의 책임 규명과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에 대해 다양한 계기를 통해 지속적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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