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정무직 2천석 공석…상원 인준도 14명에 그쳐
CNN "후보들이 입성 거부하거나 배제" 지난 3개 정부보다 지체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정무직 2천 석이 현재 공석이라고 CNN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대부분은 상원 인준이 필요 없이 사실상 대통령 재량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들이지만, 거명된 후보 당사자들의 거부와 트럼프 대통령 측의 배제 등이 겹치면서 정부 출범 한달이 훌쩍 지나도록 메워지지 않고 있다.
특히 상원 인준을 통과한 정부 인사는 고작 14명에 불과해 정부구성 속도가 지난 3개 정부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에 따르면 공석인 상태의 정무직은 총 1천987석이다.
이 가운데 상원 인준이 요구되는 자리가 400석, 인준이 필요 없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자리가 400석, 역시 인준이 필요 없는 이른바 '스케줄 C'(Schedule C)가 1천200석 정도라고 한다.
'스케줄 C'는.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지는 않는 정무직이지만 정부와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전문가들에게 보통 내주는 자리다. 대통령 보좌진이나 장관에 의해 선택되는 게 일반적이다.
다시 말해 공석의 상당수가 상원 인준이 필요 없는 자리이지만 트럼프 정부가 인선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CNN은 이러한 배경에 대해 "대통령이나 최고위 인사가 정무직을 직접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구성이 늦어지는 데 상원의 반대는 요인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후보로 거명되는) 공화당 진영 일부 인사들이 정부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으며, 일부 후보는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어서 아예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한때 유력한 국무부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공화당 진영 외교전문가인 엘리엇 에이브럼스가 결국 배제된 것도 대선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에 대한 비판 발언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상원 인준이 필요한 고위직의 인선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CNN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로 지명한 인사가 불과 34명에 그친 것도 문제지만 이 가운데 인준된 수도 14명에 그쳤다.
비슷한 시기 전임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는 24명을 인준받았다.
이같이 고위직 인선이 지체되면서 행정부 전체적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한 고위직은 1천200∼300석이지만, 대부분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지난주 '보수주의 정치행동회의' 연차총회 연설에서 "인준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모두들 그들이 인준될 것을 안다. 하지만 지연, 지연, 지연. 정말 슬프다"며 "우리는 아직 내각을 갖지 못했다. 기록을 세울 것 같다. 그러나 각료회의에서 빈 자리를 보는 게 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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