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부족' 극복하고 2년 만에 우승컵 든 양희영
톱랭커 대거 참가한 대회서 정상…올 시즌 활약 예고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양희영(28)이 뒷심부족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2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6일 막을 내린 혼다 LPGA 타일랜드는 지난 2015년도 양희영이 우승한 대회다.
당시 양희영은 최정상급 선수로 군림하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이 대회에서 유일하게 2연패를 달성한 쩡야니(대만)를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LPGA 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한 양희영은 LPGA를 지배할 또 한 명의 한국 골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양희영은 이후 2년간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슬럼프에 빠진 것도 아니었다. 대회 때마다 선두권 경쟁을 벌이는 등 세계정상급 실력을 유지했지만 항상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놓쳤다.
2015년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US여자오픈이 그랬다.
양희영은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전인지(23)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양희영은 마지막 홀에서 파만 잡아도 연장전으로 갈 수 있었지만,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1타차로 무릎을 꿇었다.
양희영은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사임 다비 LPGA 말레이시아에서도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날 역전을 허용해 공동 3위에 그치는 등 뒷심 부족으로 좌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양희영은 지난해에도 2위 2번, 3위 4번을 기록했지만, 우승컵을 들어 올리진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1라운드에서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는 세계랭킹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함께 공동 선두에 나섰던 양희영은 비로 순연돼 25일 이른 아침 열린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쳐 중간합계 10언더파 134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곧바로 이어진 3라운드에서도 양희영의 샷과 퍼팅은 여전히 뜨거웠다.
1번(파5), 2번홀(파4) 연속 버디를 때려 펑산산(중국)과 쭈타누깐과 타수를 2타로 벌린 양희영은 7번홀(파5)에서 7m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4타차로 달아났다.
8번홀 도중 뇌우 경보로 경기가 1시간 40분 가량 중단됐다가 재개됐지만, 양희영의 상승세는 꺾일 줄 몰랐다.
3라운드를 일몰 탓에 13번 홀까지밖에 돌지 못해 23개 홀을 돈 대회 마지막 날에서도 양희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양희영은 14번홀부터 재개한 3라운드 5개홀에서 버디 1개를 추가했고, 4라운드에서도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낚으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2위 유소연(27)을 5타 앞선 여유 있는 우승이었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홈 그라운드에서 우승을 노렸던 세계랭킹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등 세계랭킹 10걸 가운데 9명이 출전한 대회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셈이다.
양희영은 2년간 이어진 우승 가뭄을 깔끔하게 끝내면서 올 시즌의 활약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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