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진화하는 최다빈, 두 대회 연속 '개인 최고점 행진'
4대륙 선수권대회·동계아시안게임에서 잇달아 '최고점 연기'
(삿포로=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세계선수권대회는 점수에 신경을 쓰기보다 이번 대회처럼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피겨 역대 첫 금메달을 수확한 최다빈(17·수리고)의 표정은 차분했다.
"톱랭커들이 빠졌잖아요"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지만 최근 최다빈의 최근 성적을 보면 충분히 자랑해도 부족함이 없다. 두 대회 연속 최고점 행진을 펼쳐서다.
최다빈은 25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8.40점에 예술점수(PCS) 57.84점을 합쳐 126.24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61.30점을 얻은 최다빈은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합쳐 총점 187.54점으로 중국의 리쯔쥔(175.60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2017 시즌 초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작성한 최다빈의 총점은 160점대에 머물렀다.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는 총점 165.78점으로 7위에 그쳤고, 6차 대회에서는 165.63점으로 9위를 차지했다.
직전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대회 연속 동메달을 따냈던 상승세가 한풀 꺾인 최다빈은 고민에 빠졌다.
결국 최다빈은 이달 치러진 2017 ISU 4대륙 선수권대회를 2주 앞두고 쇼트프로그램 음악을 전격으로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최다빈은 4대륙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61.62점), 프리스케이팅(120.79점), 총점(182.41점) 모두 자신의 ISU 공인 최고점을 찍었다.
뛰어난 점프 안정성을 앞세워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클린 연기를 펼쳤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점프에서 두 차례 회전수 부족이 지적됐지만, 엉덩방아를 찧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점수도 치솟았다.
최다빈은 "점프에서 실수하는 빈도나 낮아지다 보니 점수가 높아진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시즌 막판이 되면서 점프에 자신감이 붙은 결과였다.
4대륙 대회를 앞두고 최다빈은 발목 부상에서 회복되지 못한 박소연(단국대)을 대신해 동계아시안게임에 나서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일주일도 되지 않는 휴식 기간에 동계아시안게임까지 치러야 해서 체력의 부담이 컸지만 오히려 최다빈은 4대륙 대회 때보다 더 좋은 연기를 펼쳤다.
최다빈은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프로그램에서 61.30점을 받아 기존 최고점에 0.32점 모자라는 좋은 기록을 냈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126.24점으로 4대륙 대회 때 점수보다 5.45점 올라섰다. 덕분에 총점도 4대륙 대회(182.41점)와 비교해 5.13점이나 높아졌다.
이 때문에 내달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20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총점 190점대 진입을 노릴 만 하게 됐다.
하지만 최다빈은 욕심을 버렸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만큼 개인적인 욕심보다 신중하게 경기를 펼치겠다는 생각이다.
최다빈은 "세계선수권대회는 한국을 대표해서 나가는 것이어서 부담이 크다"라며 "(190점 돌파) 등 점수보다는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처럼 후회 없는 연기를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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