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겁없는 2001년생' 김희원 "저도 평창이 절실해요"
(삿포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본 이들이라면 2001년생 3인방의 비중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국제대회 자체가 처음이라는 이들은 팀에서 득점을 책임지는 1~2라인에 서는 것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7전 8기 끝에 눈물의 첫 승을 거둔 중국전에서 2명이나 슛아웃(승부치기) 슈터로 나섰다.
얼마나 선수층이 얇으면 2001년생이 대표팀에 뛸까 하는 탄식을 놀라움으로 바꿔버린 김희원(16)을 25일 홍콩과 대회 최종전(5차전)이 끝난 뒤 만났다.
단발머리가 선머슴 같은 느낌을 풍기는 그는 대회를 마친 소감으로 "국제대회에 나가본 적이 없어서 무척 떨렸다"며 "그런데 이렇게 나와보니 팀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것 같고, 그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2014년에 대표팀에 합류한 김희원은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이 첫 국제대회다.
하지만 그는 170㎝의 큰 키를 활용한 강력한 슬랩샷으로 태국전(20-0승)에서 2골을 올린 데 이어 이날 홍콩전에서도 2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14-0 대승에 힘을 보탰다.
중국과 살 떨리는 슛아웃에서는 5번째 슈터로 나서는 잊지 못할 경험까지 했다. 동갑인 엄수연도 9번째 슈터로 투입되는 등 이은지를 포함해 2001년생 3명은 어린 나이에도 대표팀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희원은 "긴장할 때마다 언니들이 힘을 불어넣어준다"며 "일본전을 앞두고도 정말 긴장 많이 했는데, 언니들이 '일본은 져도 잃을 게 있지만 우리는 져도 잃을 게 없다. 잃을 게 없는 팀이 더 무섭다'고 말해주셔서 각오를 다지면서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김희원은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훈련장으로 이동해 밤늦게까지 훈련한 뒤 다음 날 아침이면 학교에 가야 하는 힘든 일정이지만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아이스하키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정말 많은 걸 느꼈다"며 "특히 중국전은 영화(국가대표 2)보다 더 영화같이 이겨서 정말 좋았고, 그리고 많은 분이 관심을 보내 주셔서 기분 좋았다"고 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서는 "저도 언니들처럼 절실하다"며 "이번에 일본과 경기하면서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다. 정말 평창에서 많은 분이 기대해주셔도 괜찮을 것 같다.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희원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이 언니들과 계속 같이하고 싶어요. 하키도 좋지만 저는 이 팀이 너무 좋거든요."
새러 머레이(28·미국) 감독은 "2001년생 3명은 1~2라인에서 뛸 뿐만 아니라 파워 플레이(상대 선수 페널티로 인한 수적 우위) 때도 나서고 있다"며 "사실 그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지만, 이들 3명은 놀랍도록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머레이 감독은 "내가 김희원, 엄수연을 승부샷 때 투입한 걸 보면 짐작하겠지만 나는 이들의 잠재력을 믿는다"며 "이들에게 이번 대회가 크게 성장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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