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화난' 트럼프, 탐색대화 거부…3월정세 풍랑 예고

입력 2017-02-25 18:04
수정 2017-02-25 18:11
北에 '화난' 트럼프, 탐색대화 거부…3월정세 풍랑 예고

"한미 대규모 훈련 후 北 추가 미사일 도발 가능성"

"'대화없는 갈등' 고착화 단계는 아니다"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장고 끝에 빼든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과 이어진 김정남 암살은 결국 김정은의 '제 발등 찍기'로 귀결될 것인가.

다음 달 1∼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인근 호텔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북·미 '트랙 1.5'(반관반민) 대화가 미 국무부의 비자발급 거부로 취소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이 보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매우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가 한 일(도발)에 매우 화가 나 있다"고 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다.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나는 절대 '노'(No)라고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그림상 매우 늦었다(very late)"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트럼프 인터뷰에서 드러난 대북 인식과 비자발급 거부는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간 대화에 비해 부담이 덜한 '반관반민 대화'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의 의중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런 대화를 미측이 거부한 것은 지난 12일의 미사일 도발에 이어 화학무기로 쓰이는 신경작용제 VX가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된 점이 영향을 줬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라는 '현상'과 함께 김정은이라는 상대에 대한 불신이 트럼프에게 강하게 주입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25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수립되기까지 빠르더라도 상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큰 정책 방향은 조금씩 보이고 있다"며 "일단 북미대화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고, 미국은 중국에 대북 영향력 행사를 압박하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3월 미국 전략 무기들이 투입되는 가운데 대규모로 한미 군사훈련이 열릴 예정이어서 북한의 반응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격랑이 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24일(현지시간) 지난 18일 촬영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여러 곳에서 지속적인 저강도 활동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교수는 "핵실험보다는 핵무기 운반 수단면에서 KN-08, KN-14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 발사를 3월부터 4월 사이에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완전한 성공이 아니더라도 능력의 일단을 보여줌으로써 대미 압박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점쳤다.

김정남 사건으로 북한 화학무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까지 커지면서 한반도 정세는 한동안 '강대강'의 긴장 모드로 전개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정책 라인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대화없는 갈등 구도의 고착화를 예상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모색중인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시도가 여의치 않을 경우 국무부 대북 라인 인선 및 정책 검토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북한과 어떤 형태로든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동엽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만남에 대해 "매우 늦었다"고 말했지만 "절대 '노'(No)라고는 하지 않는다"며 여지를 지우지 않은데 주목하며 "양측이 상대 의도를 오인하지만 않고 과도하게 선을 넘어서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대화의 자리에 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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