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6년 후쿠시마 원전, 갈길 먼 폐로…30~40년 더 걸려

입력 2017-02-27 07:00
사고 6년 후쿠시마 원전, 갈길 먼 폐로…30~40년 더 걸려

폐로 이제 시작 단계…멜트다운 핵연료 수습 '난제'

사고수습 비용 급증 '골머리'…주민들은 귀환 꺼려

(후쿠시마 제1원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6년 전인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46분 인근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 후쿠시마(福島)는 일본인들에게는 복숭아와 딸기가 맛있는 시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 소련의 체르노빌이 그렇듯 이 조용한 지역은 '원전사고'의 상징으로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다.

지진 후 1시간도 안돼 2차례 쓰나미(지진 해일)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고 전원 공급이 멈추면서 냉각 기능이 마비됐다. 핵연료가 녹아내리며 수소 폭발이 발생했고 방사성 물질이 대거 흘러나오자, 일본 사회는 패닉에 빠졌다.

후쿠시마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일본 전국은 언제 큰 폭발이 있을지 모르는 공포에 휩싸였다. 전력 공급이 줄자 세계 최대의 거대 도시 도쿄는 지역을 쪼개 돌아가면서 정전을 해야 했다.

사고 후 6년이 지난 2017년 후쿠시마 제1원전은 어떻게 됐을까?

안타깝게도 폐로라는 방향성만 정해졌을 뿐 어떻게 폐로를 할지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1부능선 넘었다지만…원자로 내부 상황 제대로 파악도 못해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폐로로 가는 길에서 이제 1부 능선을 넘었다고 설명하지만,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 문제가 적지 않으니 어쩌면 1부능선에도 못미쳤을지도 모른다.

도쿄전력의 위기소통(리스크커뮤니테이션) 담당자인 오카무라 유이치(岡村 祐一) 부장은 후쿠시마 폐로 작업이 앞으로 30~40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1979년 미국 쓰리마일 아일랜드의 원전사고를 기준으로 사고 원자로 개수와 난이도 등을 고려한 예측치라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을 폐로하려면 크게 3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용 후 혹은 아직 사용하지 않은 채 있는 원자로 건물에 남은 핵 연료를 어떻게 빼낼지, 사고로 냉각을 못한 탓에 노심용융(멜트다운)으로 녹아내린 핵 연료를 어떻게 회수할지, 폐로 전까지 원자로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여기에 쓰인 냉각수를 어떻게 지하수로 유출하지 않은 채 안전하게 처리할지가 그것이다.

이 3가지 문제가 다 해결이 돼야 폐로 작업이 끝이 나지만 도쿄전력은 이 중 첫 번째인 사용 후 핵연료를 꺼내는 작업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문제가 된 1~4호기 중 4호기는 2015년 사용후 연료봉과 미사용 연료봉을 이미 빼냈지만 나머지 1~3기의 핵연료 반출은 아직 진행을 못했다. 그나마 3호기의 반출 작업은 조만간 시작될 수 있겠지만 1~2호기의 경우 핵 연료 윗부분의 사고 잔해 제거 작업도 아직 완료가 안됐다.



두번째 문제인 녹아내린 핵연료의 처리 작업은 사실상 제대로 시작도 못했다. 아직 격납 용기 내부의 피해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전력은 1호기에는 빙어(氷魚)형, 2호기에는 전갈형, 3호기에는 청소기형 로봇을 각각 투입해 어느 정도 노심용융이 진행됐는지를 비롯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중 처음으로 투입된 전갈형 로봇은 퇴적물 때문에 격납 용기에 진입도 못했다.

마지막으로 원자로의 온도 유지는 그런대로 되고 있다고 판단되지만, 여기에 사용되는 오염수가 문제다.

도쿄전력은 적어도 원자로 냉각에 쓰이는 오염수가 지하수를 통해 원전을 얼음벽으로 둘러싸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대신 얼음벽 방식을 사용하면서 오염수의 양이 늘어나면서 따로 보존해야 할 오염수 탱크의 개수가 늘어나 현재 90만톤의 오염수가 1천개 안팎의 물탱크에 들어가 발전소 한쪽에 쌓여가는 상황이다.

이렇게 늘어난 오염수를 어떤 식으로 해소해야할지도 문제다. 땅에 묻거나 바닷물에 방출하거나 증기로 조금씩 공기 중에 내보내거나 하는 방식이 있겠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 수습에 드는 비용 4년새 2배 '뻥튀기'…복귀 꺼려하는 주민들

기술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지만, 또다른 난관은 바로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 관련 비용은 당초 예상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 당초 2013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와 배상 비용으로 11조엔(약 111조원)을 예상했지만 작년 연말에는 비용이 21조5천억엔(216조9천억원)으로 늘었다.

작년 한국 정부의 총지출(386조4천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더 늘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일본 정부는 비용의 일부를 전체 국민의 전기 요금에 전가할 계획이어서 반발이 일고 있다.

원전사고로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후쿠시마를 다시 예전처럼 부흥시키는 일은 더 요원하다.

사고 당시 피난지시가 내려졌다가 해제된 지역의 주민들 중 대부분은 고향에 돌아오지 않고 아직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의 다무라(田村)시, 가와치무라(河內村), 나라하마치(楢葉町), 가쓰라오무라(葛尾村), 미나미소마(南相馬)시 등 5개 지역은 원전 사고로 피난지시가 내려진 다음 3년 후인 2014년 4월 피난지시가 해제됐지만, 고향을 떠난 1만9천460명 중 돌아온 사람은 13.1%인 2천561명에 그쳤다.

이는 아직 생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데다 여전히 방사선량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원전에서 남쪽인 도쿄 쪽으로 50㎞ 가량 떨어진 이와키시에서 만난 식당 주인은 "폐로 작업을 위해 머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마을이 예전에 비해 활기를 띠기는 했지만 후쿠시마 전체를 보면 예전처럼 돌아가기에는 갈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 지역 주민은 "오래동안 살아온 기반이 후쿠시마에 있어서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후쿠시마에 원전이 있었던 것이 원망스럽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에 의해 지금의 상황이 됐다고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원전의 안전성 문제는 더 이상 후쿠시마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9월 원전이 밀집해 있는 동해안 일대에서도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했다. 경북 동해안과 부산 기장 일대에는 10기의 원전이 있어 세계에 전례가 없는 원전 밀집 지역이어서 작은 사고라도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원전을 운용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원전은 암반 위에 철저하게 지어져 있고 내진성능도 보강해 일본보다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우려는 국내에서도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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