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VX독살은 암살 아닌 北 공개메시지?…"공포확산 의도"

입력 2017-02-25 12:12
김정남 VX독살은 암살 아닌 北 공개메시지?…"공포확산 의도"

"北, 핵 억지력 놓고 국제사회 의구심 커진 상황서 화학무기 위협"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김정남의 시신에서 신경성 독가스인 'VX'가 검출되면서 이번 피살사건이 단순한 암살이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보내는 위협 메시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남 살해에 일반적인 암살용 무기를 쓰지 않고 참혹한 모습으로 살해하는 독성 물질을 사용한 것은 살인자가 은밀한 암살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 효과를 노렸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즉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이 김정남을 살해하면서 국제사회와 적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는 주장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패트리샤 루이스는 이번 김정남 피살사건을 두고 "이는 단순한 살인 그 이상"이라며 "여러가지 메시지를 보내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VX가 지금까지 알려진 화학무기 물질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하며 대량살상용 무기로 개발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VX로 암살한 것은 북한이) 공포를 확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VX는 사린가스 100배 이상의 독성을 지닌 데다가 10∼15㎎ 정도의 소량으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또 VX에 노출된 피해자는 다량의 눈물과 침을 흘리고 내부 근육이 마비되면 설사와 구토를 하며 시각적으로 기괴한 모습으로 사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지금껏 VX가 암살에 사용된 것은 1994년 일본 종교단체 옴진리교 신자의 독살 사건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 몇 주 사이에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맞춰 VX를 이용한 살인 사건을 저지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군사 컨설팅업체 IHS 제인스의 칼 듀이 화학·생물학·방사능·핵 애널리스트는 "북한 정부가 최근 핵 억지력을 강조해오고 있지만, 많은 이들은 북한이 과연 말하던 대로 (핵무기를)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례적인 행동과 전략적인 핵 공격 사이에 존재하는 이 같은 '신뢰의 간극'을 메우는 통상적인 수단이 화학무기"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어떤 화학무기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세계 3위 화학무기 보유국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정남이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화학물질로 살해됐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북한과 북한의 화학·생물학 무기가 국제사회에 가하는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의원들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북한 전문가인 대니얼 핑크스톤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VX를 사용한 것은) 선을 넘은 일"이라며 "이는 단순히 공항에서 누군가 살해하는 것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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