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올림픽 챔프' 제너 "화장실 보호 지침 폐기는 재앙"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性)전환한 미국 유명 방송인이자 전 올림픽 챔피언 케이틀린 제너(68)가 성전환 학생 화장실 보호 지침을 폐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제너는 성전환 학생 화장실 사용 지침을 폐지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번 조처는 모든 공화당원에게 재앙"이라면서 "성 소수자(LGBT)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트위터에서 따졌다.
제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게 전화하라"는 말로 동영상과 함께 올린 글을 맺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22일 법무부와 교육부 명의로 전국 공립 학교에 보낸 서한에서 '법적 혼란'을 이유로 성전환 학생의 화장실 이용과 관련한 정부 지침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성전환 학생들이 생물학적 성이 아닌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게 화장실과 로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지난해 5월에 마련한 연방 지침을 더는 유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州) 정부나 학교가 성전환 학생의 화장실 사용권을 결정하나 성전환 학생들이 예전처럼 타고난 자신의 성에 맞는 화장실을 이용할 공산이 짙어졌다.
그러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전환자 중 한 명인 제너가 발끈한 셈이다.
제너는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공화당원'으로 소개돼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성 소수자 권리 보호 등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NBC 방송이 주관한 타운홀 미팅에서 제너가 트럼프 타워에 온다면 어떤 화장실이라도 사용하도록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 후보의 이 제안을 받아들인 제너가 실제 뉴욕 트럼프 타워의 여자 화장실을 사용했다고 NBC 방송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성전환자들의 화장실 선택을 존중한다고 열린 자세를 보였으나 집권 후 태도를 바꿔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과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브루스 제너라는 남자로 태어나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육상 10종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제너는 세 번의 결혼으로 6명의 자녀를 뒀으나 2015년 4월 성전환 여성이라고 '커밍아웃'하고 석 달 후 이름마저 브루스에서 케이틀린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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