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이승훈 "후배들한테 너무 미안했는데 만회해 다행"
(영종도=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강릉에서 후배들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그래도 이번에 만회해서 정말 다행이죠."
이승훈(29·대한항공)은 삿포로에서 한국 동계아시안게임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5,000m와 10,000m, 팀 추월, 매스스타트 등 출전 종목에서 모두 우승했다.
한국 동계아시안게임 역사상 4관왕은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이승훈의 목에는 금메달 4개가 치렁치렁 걸려 있었다.
그는 잠시 감격의 미소를 짓더니 불과 며칠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후배들한테 너무 미안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승훈은 10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 남자 팀 추월 경기 도중 미끄러져 넘어졌고, 자신의 스케이트 날에 오른쪽 정강이가 베였다.
그는 "넘어지기 직전까지 메달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잘하면 금메달이 될 수도 있겠다고 뛰고 있었다"며 "내 실수로 후배들도 메달을 못 받게 돼 너무 미안했다"고 돌아봤다.
다리를 다치면서 당연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할 줄 알았지만, 통증이 예상외로 금방 없어지면서 삿포로행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이승훈은 "4관왕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첫 경기인 5,000m에서 잘 풀리면서 줄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승훈이 특히 애정을 갖는 종목은 매스스타트다.
그는 "이번 대회 결과 5,000m와 10,000m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며 "그렇지만 더 신경 쓰는 건 매스스타트다. 평창 올림픽에선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매스스타트는 출전 선수들이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 돌아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우승하는 종목이다.
자기 레인이 없다 보니 선수들은 치열한 신경전과 자리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승훈은 "일본 선수 3명이 나를 견제하는 레이스를 했는데, 그 견제를 이진영과 김민석이 잘 막아줘 내가 계획대로 스퍼트할 수 있었다"며 "그런 상황을 만들어준 후배들한테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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