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관리] 저축은행도 죈다…금융당국, 全금융권 현장 점검
저축은행 가계대출 3년 새 2배로 증가…지난해 33.5% 급증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 이후 꺾일까…이사철 3·4월이 갈림길
LTV·DTI 조정 여부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박초롱 박의래 기자 =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저축은행에 대한 현장 점검을 예고했다.
농·신협 등 상호금융, 보험사, 카드사에 이어 사실상 제2금융권 전 영역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26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 목표율을 20%대 이상으로 높게 잡은 저축은행들이 있다"며 "개인 신용대출을 급격히 늘린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을 위주로 대출이 적정하게 나갔는지 현장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8조2천849억원으로, 1년 새 33.5%(4조5천913억원)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13년 9조1천861억원에서 3년 만에 2배로 늘었다. 연간 증가율이 2013년 3.8% 수준이었으나 2014년 12.0%, 2015년 33.1% 등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인 OK·웰컴저축은행을 포함한 상위 6개사(신용대출 취급액 기준)의 개인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다잡기에 나선 것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은행보다는 2금융권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행 대출이 연간 9.5% 증가하는 동안 제2금융권은 17.1% 급증했다. 가계대출 총액이 1천344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양적으로 팽창한 동시에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 부채의 질도 악화됐다.
제2금융권은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데다 은행권보다 대출 금리가 높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거나 금리가 올라가면 부실 위험이 크다.
금융당국은 앞서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빠른 70개 상호금융 조합을 선별해 상반기 중 특별점검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부채 증가 폭이 컸던 보험·카드·캐피탈사에도 실태점검을 나가기로 했다.
은행권 가계부채는 지난해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과 8·25 가계부채 종합대책, 11·3 부동산대책 등 잇따른 정부 대책 이후 어느 정도 잡히는 모습이다.
올해 1월 6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2조원가량 감소한 데 이어 이달 1∼20일에도 전월 말보다 1조3천억원 줄어들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제2금융권 대출 관리는 한발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13일 상호금융권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고, 대출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면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2금융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대출 수요가 몰린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관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사철인 3∼4월을 지나서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더 강력한 대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은행 가계부채 증가율이 다시 높아지는 등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선 정부가 결국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조정을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올해 2분기에도 여전히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으면 LTV·DTI 조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올해 1∼2월 가계부채 증가가 주춤해 상황을 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LTV·DTI는 2014년 8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각각 70%와 60%로 완화됐다. 이후 1년 단위로 완화 조치가 두 차례 연장됐으며 올해 8월 만료 예정이다.
가계부채 급증세 지속 여부에 따라 이와 관련된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함다면 새로 출범하게 될 정부의 선택도 변수가 될 수 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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