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시인'이 안내하는 비행의 내밀한 세계

입력 2017-02-24 18:17
'하늘의 시인'이 안내하는 비행의 내밀한 세계

마크 밴호네커 '비행의 발견'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뭉게뭉게 부푼 환영 속으로 똑바로 들어가 마치 구름이 없다는 듯, 아니 우리에게 육신이 없다는 듯 나는 건 항공의 즐거움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중략) 나는 천사가 사는 7번째 천국 속 '클라우드 나인'(행복의 절정을 뜻하는 말)을 만끽하며 하늘을 걷는다."

영국항공(BA)의 선임 부기장인 마크 밴호네커는 '비행의 발견'(북플래닛)에서 구름층을 통과할 때 느끼는 황홀감을 이같이 표현했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던 저자는 평생 꿈꿔왔던 조종사로 전직해 지금껏 비행기를 몰고 있다. 첫 직업을 경영 컨설턴트로 택한 것도 비행기로 오가는 출장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는 데서 저자의 비행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 그는 하늘을 난 지 15년 된 해인 2015년 이 에세이집을 냈다.

저자는 조종사들이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공항마다 활주로의 냄새가 어떻게 다른지 등을 설명하면서 조종사만이 경험하는 비행의 매력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책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비행기를 하나의 생명체처럼 묘사한다. 영어 대문자 다섯 글자로 지명을 표기하는 웨이포인트, 지상의 등대 역할을 하는 비콘 등 우리가 몰랐던 개념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스위스 출신 유명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을 두고 '언제나 매혹적인 비행을 하늘의 시인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했다'고 추켜세웠다. 데이비드 매컬로가 집필한 신간 '라이트 형제'(승산 펴냄)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나시윤 옮김. 최정규 감수. 530쪽. 1만6천500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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