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목탁 깨며 10년간 올린 3천일 기도…무각사 청학 주지

입력 2017-02-24 17:14
[사람들] 목탁 깨며 10년간 올린 3천일 기도…무각사 청학 주지

절 안에만 머물며 軍 사찰을 문화명소로 탈바꿈

3천일 회양식 통해 '서양화 반야심경 탱화·스테인드글라스 불화' 공개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무각사 주지 청학(淸鶴·64) 스님이 3천일 동안의 기도를 마치고 24일 회향(廻向)했다.



회향은 자기가 닦은 공덕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 함께 하는 일을 뜻하는 불교용어다.

2007년 무각사 주지로 부임한 청학 스님은 곧바로 1천일 기도에 들어갔다.

새벽·오전·오후 각각 1시간 30분씩 3차례 108배를 올리고, 금강경을 독송했다.

기도를 올리는 동안 속세에 일절 나가지 않았지만, 2010년 법정 스님 입적 전후 단 두 차례만 외출했다.

그렇게 시작한 기도는 2010년 두 번째 1천일 기도와 2013년 세 번째 기도로 이어졌다.

세 번째 기도부터는 체력이 달려 100일 기도 후 10일 휴식으로 1천일을 채우는데 꼬박 4년이 걸렸다.

무각사 주지 부임 후 약 10년 동안 속세로 나가지 않고 기도를 올린 것이다.

10년 동안 하루 3차례 두드리던 목탁은 3개가 깨져 나갔고, 독송한 금강경의 표지는 너덜너덜 낡아 찢겼다.

청학 스님은 세상에 나가지 않는 대신 무각사로 신도와 시민들을 불러모았다.



절 창고를 개조해 북카페와 갤러리를 열었고, 사찰음식과 차를 제공하는 '사랑채'도 운영했다.

타 종교단체와 함께 절 앞마당을 내어 '보물섬'이라는 재활용장터도 열었다.

불당도 24시간 개방해 누구나 언제나 드나들 수 있게 했다.

1997년 옛 상무대 군(軍)법당으로 문을 연 무각사는 그때부터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청학 스님 2014년 낡은 법당을 허물고 반지하 700여 평에 지장전, 설법전, 선방을 건설하고 준공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반지하 위 자상에 대웅전을 지을 예정이다.

반지하 공간을 '이 시대의 문화재'로 만들기 위해 청학 스님은 예술가들을 불러모아 기도하며 얻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반지하 건축물의 설법전에는 황영성 화백의 서양화 '반야심경' 탱화가 화려하게 완성됐고, 지장전에는 임종로 작가의 스테인드글라스 불화가 영롱한 빛을 뽐냈다.

이날 탱화 봉안식과 함께 열린 회향식에서 청학 스님은 "오늘 새벽 마지막 기도를 마치면서 불현듯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각사 신도들이 함께 기도하고 동참해줘 10년 동안 바깥 병원 한 번 안 가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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