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닛산-르노 합병 걸림돌은 프랑스 정부"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 자동차를 이끌고 있는 카를로스 곤 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곤 회장은 겸직했던 닛산의 최고경영자(CEO) 직책을 공동 CEO인 사이카와 히로토에게 물려주기로 결정한 데 즈음해 WSJ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곤 회장은 1999년 르노와 닛산이 연합을 구축하는 데 산파역을 담당했고 지난해 미쓰비시 자동차의 경영권을 23억 달러에 사들이면서 연합을 더욱 키웠다.
미쓰비시가 가담하면서 르노-닛산 연합의 연간 자동차 생산대수는 1천만대에 육박해 세계 3대 자동차 회사들과 견줄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섰다. 르노와 닛산이 2015년 밝힌 시너지 효과는 45억 달러이며 미쓰비시가 통합하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업계 분석가들은 르노-닛산 연합이 도요타와 폴크스바겐, 제너럴 모터스와 같은 경영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따로 살림을 차리고 있는 르노와 닛산이 상호 합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곤 회장은 그러나 WSJ 인터뷰에서 르노의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를 걸림돌로 지적하면서 프랑스 정부측이 르노를 국가대표 기업으로 간주하는 한 합병은 논외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닛산은 프랑스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가 르노의 대주주로 있는 한 합병와 관련해서는 더 논의할 것이 없다는 뜻을 아주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2015년 프랑스 경제장관이었던 에마뉘엘 마크롱은 정부의 르노 지분율을 15%에서 20%로 확대하는 조치를 강행함으로써 르노-닛산 연합의 기반을 뒤흔들었다.
오는 5월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에 중도신당의 후보로 출마한 마크롱이 당선되기라도 한다면 르노-닛산 연합의 장래는 다시 한번 변곡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
곤 회장은 이를 짚어달라는 기자 질문에 "우리는 시장 논리를 갖고 있고 그들은 국가 논리를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르노-닛산 연합을 구축한 이후 그가 다져놓은 기반들을 재검토할 시기라고 말하고 르노-닛산 연합의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곤 회장은 "우리는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고 기회를 살리며 두 회사가 서로에게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내가 연합에 집중하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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